도청 "국가 지원이니 뺀다", 교육청 "지자체서 같이 지원해야"
서로 다른 애매한 법 조항 근거…"대화로 해결해야"


경남도와 도교육청간 무상급식 협상에 '저소득층 식품비'가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15일 도와 18개 시·군은 '시장·군수정책회의'를 열고 도교육청에 학교급식비 453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2014년에 지원한 식품비 1천244억원 중 저소득층 식품비 337억원은 국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이 금액을 뺀 나머지 907억원 중 절반을 지원하겠다는 논리다.

반면 도교육청은 저소득층 식품비는 지방자치단체 사무로 바뀌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돈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 학교급식 지원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식비는 크게 식품비, 인건비, 운영비로 구성된다.

이 중 인건비와 운영비는 전액 도교육청 예산으로 지원한다.

도와 일선 시·군은 나머지 항목인 식품비를 일정 비율을 도교육청에 지원 해왔다.

현재 양 기관 갈등의 핵심은 식품비를 서로 반반씩 부담하기로 잠정합의한 상황에서 저소득층 식품비도 여기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에 있다.

저소득층 식품비 지출이 국가와 도교육청 중 어느 곳 책임이냐에 따라서 논의되는 전체 식품비 규모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 예산을 두고 양 기관의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서로 다른 법률을 잣대로 삼아 이번 사안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2005년 8월 31일 개정된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4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은 보조금의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됐다.

여기에 붙은 별표에는 '초·중등학교 학생 중식지원'이 지자체 사업 항목에 포함됐다.

도교육청은 이 조항을 근거로 저소득층 식품비는 국가보조금 지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도가 '저소득층 식품비'라고 주장하는 예산은 사실 '계층간 균형교육비'로 2005년부터 사회적 배려 계층을 위해 정부가 보통교부금으로 지원하는 예산이라는 것이다.

이는 학비나 수학여행비, 중식비 등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예산을 분배하는 것이지 오직 급식비를 지원하기 별도로 쓰이는 돈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교육청 교육복지과 담당자는 "정부에서 계층간 균형 교육비로 보낸 돈은 466억원뿐이지만 우리는 여기에 자체예산 144억원을 더해 총 610억원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예산도 벅찬데 이 상황에서 저소득층 식품비 377억원을 교육청이 모두 부담하라는 도 주장은 결국 저소득층 교과서 지원 등 다른 사업을 포기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도 입장은 저소득층 급식예산의 경우 지자체 지원과 관계없이 도교육청에서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도는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촉진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든다.

이 시행령 3조를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을 함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가 이양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다'고 돼 있다.

도는 또 교육부가 지침으로 만든 '교육비특별회계 예산편성매뉴얼'에도 '지방이양 사업 예산은 보통교부금에 포함해 배부한다'고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 두 가지 조항을 종합하면 지자체 사무에 필요한 예산은 국가가 보통교부금으로 지원하며 여기에는 저소득층 식품비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도청 교육지원담당관실 관계자는 "저소득층 급식비는 도와 협상이 되든 안되든 도교육청이 무조건 마련해야 하는 예산으로 국가에서도 이를 지원해준다고 법에 적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저소득층 학생에게 컴퓨터나 교복 사주니 돈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양 기관이 각자 근거로 든 법령 해석을 '아전인수'라고 서로 몰아붙이며 타협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는 데 있다.

또 당장 양 기관을 중재해줄 마땅한 기관이나 단체도 보이지 않는다.

법제처 관계자는 "지자체간 이견으로 법령 해석이 필요한 경우 위원회에 올려서 검토하는 시간 등이 필요하다"며 "복잡한 사안이면 해석까지 몇 달이 걸리며 아무리 빨라도 한 달"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 기관은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요청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 기관간 입장이 팽팽해 지역에선 명분에만 집착한 공방보다 허심탄회한 대화로 풀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home12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