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가정 양립을 통해 여성 고용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가정 양립을 통해 여성 고용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51)은 “여대생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화여대 등 서울에 있는 8개 여대와 함께 공동으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기업을 창업해 15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는 강 장관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여성도 취업뿐 아니라 창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강 장관은 “공무원들은 일상 업무를 열심히 하지만 역동성이 부족하다”며 “기업처럼 창의성과 역동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늦게 퇴근하는 사람은 대개 업무에 대한 시동도 늦게 걸린다”며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되 업무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장관은 2001년 여성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임명된 기업인 출신 장관이다. 대구 출신인 강 장관은 효성여고와 경북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했다. 경북 봉화 소천중·고교 등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2000년 통합재난관제시스템 업체인 위니텍을 설립했다. 한국무역협회 이사,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올해 여가부의 역점사업은 무엇입니까.

“올해는 박근혜 정부 출범 4년째입니다. 새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마무리를 제대로 하는 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일·가정 양립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여성 고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입니다. 아동·청소년 보호, 특히 학교 밖 청소년 보호에도 중점을 두겠습니다.”

▷여성 창업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창업 교육 및 컨설팅을 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남성입니다. 경력단절여성 취업을 지원하는 새로일하기여성센터(새일센터)의 창업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와 이길순 에어비타 대표도 경력단절을 경험한 뒤 창업해 성공한 분들입니다. 올해부터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지역별 거점 새일센터를 연계해 경력단절여성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여대생 창업이 부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여대 총장들을 만나 여대생 취업과 창업을 특별히 부탁했습니다. 여가부도 이화여대 등 서울에 있는 8개 여대와 조만간 협력해 여대생 창업을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화여대가 캠퍼스 인근의 빈 점포를 임차해 여대생 창업의 전진기지인 ‘스타트업 52번가’로 조성한다는 한경 보도(본지 1월11일자 A30면 참조)를 적극 참고할 계획입니다.”

▷공공기관의 여성 고위직 비율이 여전히 낮습니다.

“공공기관의 여성 고위직 비율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입니다. 무조건 압박할 수는 없고 합리적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15%인 공공기관의 여성 관리자 비율을 2017년까지 17%로 높일 계획입니다. 일부 기업에 유리천장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없어지고 있습니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족친화인증기업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먼저 가족친화기업이 되는 것이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일·가정 양립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족에게 충실한 사람이 일에도 충실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육아휴직이나 아빠휴직 등의 제도를 부담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제도를 쓰는 사람이 부담 없이 편하게 쓰되, 복귀해서 열심히 일하면 기업문화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가족친화인증기업이 되면 근무가 느슨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그건 결코 아닙니다. 권리를 확실히 누리되, 더 빡빡하게 일하자는 겁니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은 업무 시동도 늦게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도 주5일제와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는데, 업무 집중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습니다. 업무 집중도를 높여야 합니다.”

▷기업인 출신으로서 공무원에 대한 인상은 어떻습니까.

“한 기업의 운명을 쥐고 있는 기업인은 굉장히 자발적입니다. 일을 멈추지 않으려고 하고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것이 기업인의 속성입니다. 공무원들도 주어진 업무는 열심히 합니다. 다만 창의성과 역동성을 발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 이상의 역동성이 공직 사회에 필요합니다.”

▷의원 생활을 하면서 국회에 대해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여야 정치권 간 불필요한 공방이 많습니다. 그래서 낮은 성과가 나오는 겁니다. 성과를 끌어내려면 필요한 논의에 대해서만 갑론을박을 해야 합니다. 정부도 업무 장악력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정부도 정당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경민/마지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