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쓴소리 "정치권, 노동운동 진영논리에 매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은 노동개혁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정치권이 15년 전 노동운동의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제39회 전국 최고경영자(CEO) 연찬회’ 특강에서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당사자들이 절실하게 원하고 있지만 일부 국회의원은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 정규직이 계약직이나 파견직으로 전환될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에서 정치권이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노동시장 구조는 더 이상 정규직을 계약직이나 파견직으로 돌릴 필요가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기간제나 파견 일자리에서 일하는 당사자의 80% 이상, 특히 중장년층은 파견 업종을 확대하고 기간제 기간을 연장해주길 바란다”며 “그래야 일용직과 용역직 등 근로 조건이 더 열악한 근로자들도 좀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노동개혁법이 통과되면 단기적으로 37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장관은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 경직성과 불확실성으로 주저하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며 “투자해도 최소한 손해는 안 볼 수 있다는 전제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고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창출력도 더 늘어난다”며 “장기적으로 엄청난 일자리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간제법과 파견법이 통과돼도 정규직 일자리가 줄지 않고 오히려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기업들이 정치권에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 나서 달라고도 요청했다. 그는 “임금체계 개편은 기업이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현장 근로자들을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