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딸을 감금한 채 폭행하고 밥을 굶기는 등 장기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아버지와 동거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신상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상습특수폭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3)씨와 그의 동거녀 B(37)씨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의 친구 C(36·여)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80시간의 아동학대방지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아동을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노끈으로 손발을 묶어 세탁실에 가두는 등 학대와 방임 행위를 했다"며 "이는 반인륜적인 행위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엄한 처벌을 내려 추후 이런 아동학대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법원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자신들의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고 C씨는 범죄전력이 없고 범행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년4개월간 서울시 강북구의 한 모텔과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자신의 빌라 등지에서 A씨의 딸 D(12)양을 감금한 채 굶기고 상습 폭행해 늑골을 부러뜨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2012∼2013년 서울 모텔에서 생활할 당시 D양에게 어려운 수학문제를 내 주고선 풀지 못하면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나무로 된 30㎝ 길이의 구두 주걱으로 최대 20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D양은 지난해 12월 12일 인천 집 세탁실에 갇혀 있던 중 맨발로 창문 밖으로 나와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 인근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허겁지겁 먹다가 주인에게 발견됐다.

A씨 등은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서 남기고 키우던 강아지에게도 밥을 줬지만, D양에게는 최장 한 달 가까이 아무런 음식물을 주지 않았다.

A씨는 경찰 조사 당시 "처음에는 아이가 아무거나 주워 먹어서 때렸는데 나중에는 꼴 보기 싫어서 때렸다"고 진술했다.

D양은 수사기관에서 "아빠와 아줌마들이 괘씸하다"며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A씨와 B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상습특수폭행,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특수상해·공동감금,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상습아동유기방임 등 모두 5가지다.

C씨에게는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을 제외한 나머지 4개 혐의가 적용됐다.

피고인 3명은 이날 녹색과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장이 선고하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비공개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7년, B씨에게는 징역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C씨는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증거조사 과정에서 진술조서 등에 적힌 피해아동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정보가 언론이나 방청객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

D양은 입원 당시 몸무게가 16㎏에 불과했지만 가천대 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달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하는 쉼터에서 보호받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