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 괴로움 없었다"…상고 기각
민간인·군인 합쳐 61번째 사형수…18년 이상 사형 집행 없어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24) 병장에게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했다.

임 병장은 확정 판결을 받고 집행 대기 중인 61번째 사형수가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9일 상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병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사형을 선고한 고등군사법원 판결을 확정했다.

임 병장은 1·2심 모두 사형선고를 받고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상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고 인격장애 증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부대 내 조직적 따돌림이나 폭행, 가혹행위 등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괴로움을 겪었다고 볼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 친하게 지내거나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후임병에게도 소총을 발사해 살해했다.

소초원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많이 살해할 수 있는 순서, 방법 등을 계획한 다음 지능적이고 냉혹하게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의문의 여지가 없도록 정당화될 수 있을 때만 사형선고가 허용된다"면서도 "원심의 사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상훈·조희대·이기택 대법관은 "범행 책임을 오로지 임 병장에게 돌려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게 합당하지 않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김창석 대법관은 "극형을 선택할 예외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심리가 부족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 병장은 2014년 6월21일 강원 고성군의 육군 22사단 GOP에서 동료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뒤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범행 직후 무장 탈영한 임 병장은 군 병력에 포위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가 실패해 체포됐다.

임 병장은 부대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분노로 범행했다며 정상 참작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을 맡은 제1야전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무고한 전우에 총구를 댄 잔혹한 범죄에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2심 국방부 고등군사법원도 임 병장의 범행을 '극도의 인명 경시'라고 지적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법무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판결이 확정된 사형수는 민간인 57명, 군인은 임 병장까지 4명이다.

정부는 1997년 12월30일 한 번에 사형수 23명의 형을 집행한 이후 18년 넘게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