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으로 잘 알려진 권혁 시도그룹 회장을 국내 거주자로 봐 종합소득세 등을 부과한 과세당국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권 회장에 대한 역외탈세 형사건에서는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소득세 2억4000여만원 탈루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8일 권 회장이 “종합소득세 등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반포세무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과세당국의 세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권 회장은 2011년 과세당국으로부터 역대 최대인 4101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받고 검찰에 고발당했다.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도 탈세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서 사업을 하는 것처럼 속여 수천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권 회장을 역외탈세 혐의로 형사 기소했다. 그는 과세당국을 상대로 세금 부과를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과세처분 취소 소송의 2심 재판부는 “권 회장의 소득이 아닌 돈에 부과된 세금 988억원만 취소해야 한다”며 “1심이 권 회장에게 부과한 3051억원 가운데 988억원을 제외한 2063억원을 납부하라”고 판결했다.

3심 재판부는 “권 회장의 국내 가족관계, 시도그룹에 대한 통제 및 결정을 내린 장소, 경영에 필요한 자산 보유 장소 등에 비춰 그가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다만 사건을 확정하지 않고 원심의 세금계산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다며 이를 바로잡으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권 회장에 대한 형사 기소건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과 벌금 2340억원을 선고하고 권 회장을 법정구속했으나 2심은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를 적극 동원하지 않았다며 대부분 혐의를 무죄로 변경하고 감형했다. 3심 재판부는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에서는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성현아 씨가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남성 사업가에게 5000만원을 받고 2010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세 차례 성관계한 혐의로 기소된 성씨 사건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성씨가 교제를 염두에 두고 사업가를 만났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가성 성관계를 처벌하는 성매매알선등행위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명동 사채왕’ 최모씨에게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모 전 판사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심이 무죄로 판단한 1억원을 포함해 받은 돈 2억6864만원을 전부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