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살면서 30여년간 모은 1000만원을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을 생각하며 지난해 말 부산대에 장학금으로 기부한 할머니(82)가 나머지 비상금으로 남겨둔 쌈짓돈 600만원마저 기부해 감동을 준다.

부산대는 지난해 말 1000만원과 유언장을 들고 부산대발전기금재단을 찾아와 장학금을 기부한 할머니가 그 이후 600만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 대학 발전기금재단 관계자는 “할머니가 최근 집에 좀 와달라고 해 갔더니 머리맡에 비상금으로 남겨둔 600만원을 모두 털어 추가로 기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할머니의 사연은 애처롭다. 할머니는 남편을 일찍 잃고 친지도 없어 외동딸을 키우며 의지하고 살았다. 딸이 1980년 부산대 사범대학에 합격하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다고 한다. 그러던 딸이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4학년 1학기(1984년) 때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딸이 못다 이루고 간 학업의 한을 대신 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한푼 두푼 돈을 모아 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마음먹었다.

무려 30여년에 걸쳐 마련한 1000만원을 당시 맡기면서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떠나간 딸을 생각하면 내 탓인 것만 같았다. 공부하기를 원했던 딸의 한을 이제야 풀어준 것 같아 여한이 없다”며 울먹였다.

부산대는 할머니의 가슴 시린 아름다운 기부에 보답하고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4학년 1학기에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딸(역사교육과 80학번)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