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많이 먹으면 "피로회복" "건강에 해로워"

"비타민C,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비타민C는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인체에 꼭 필요한 성분이다. 그러나 인간은 비타민C를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다. 동물·식물에서 합성한 것을 섭취해야 한다. 이런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비타민C를 얼마나 섭취해야 할지, 섭취한 비타민이 인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의료계에서 꾸준히 뜨거운 논란거리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가 18일 "비타민C를 음식이 아닌 보충제로 복용하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비타민C는 체내에 필수적인 물질인 만큼 섭취 자체에 대한 이견은 거의 없다.

그러나 많이 먹을수록 '감기 예방', '피로 해소' 등 가벼운 효과부터 '치매 예방', '암 예방', '항암 효과' 등 중대한 질병에까지 영향을 끼쳐 건강에 이득이 된다는 의견과 적정량 이상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가별 권장량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보통 100㎎을 섭취하라고 권장한다.

미국 의학협회,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는 성인에게 90㎎을, 영국 음식표준국(FSA)과 영국국가보건서비스(NHS)는 성인에게 40㎎을 권장한다.

대부분 하루 식사 등으로 충당할 수 있는 양이다.

질병관리본부도 우리 식생활을 분석해 한국인은 매일 먹는 음식만으로 하루 비타민C 권장량의 98.7%를 섭취하고 있다며 '굳이 비싼 비용을 치러가면서 각종 비타민C 제품을 사서 보충할 필요는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과도한 비타민 섭취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도 꾸준히 나온다.

2000년대 초반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병원 연구팀은 합성 비타민제 복용과 질병 예방 효과를 다룬 세계 각국의 논문 68건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합성 비타민제가 오히려 사망 위험을 높이고 수명을 단축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대규모 역학 연구 결과는'비타민 쇼크', '코펜하겐 쇼크'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비타민C가 감기를 예방한다는 주장도 효과가 극히 일부분에서 미미하게 나타나는 것에 불과해, 비타민 보충제의 가격을 생각하면 사먹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명승권 교수의 이번 논문도 비타민C와 암 예방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 7편을 다시 종합해 분석(메타분석)한 결과 비타민보충제를 섭취해도 암 예방 효과가 없다는 점을 밝혀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타민C를 하루 6,000㎎, 최대 20,000㎎을 섭취해야 하며, 부작용도 전혀 없다는 주장도 꾸준히 지지를 받고 있다.

비타민 '무용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비타민C를 적정량 이상 섭취하면 설사·복통 등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신장 결석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타민 '효용론'을 펼치는 쪽에서는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비타민 전도사'로 유명한 이왕재 서울대학교병원 교수(해부학)는 다른 동물이 체내에서 합성하는 비타민C의 양을 인간의 체중과 비교해 계산하면, 보통 사람도 비타민C를 하루에 6,000㎎는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 스스로가 비타민C를 하루에 12,000㎎, 즉 12g씩 30년째 섭취하고 있으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비타민C의 효능이 기대에 비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논문들은 오히려 비타민C를 충분히 투여하지 않는 등 실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이왕재 교수는 설명했다.

이왕재 교수는 "비타민C는 '항산화 촉진제'로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며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서는 비타민C가 암세포를 죽이는 생화학적인 작용방식(메커니즘)을 밝히는 논문이 출간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왕재 교수는 "보통 100㎎ 이상 섭취한 비타민C는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은 맞지만, 소변에 포함된 비타민C조차도 방광 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내용으로 세계적인 논문 출판사 스프링거의 의뢰를 받아 저서를 집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