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후 세계 수장' 부트로스갈리 전 UN 사무총장 별세
아프리카 및 아랍권 출신 첫 UN 사무총장으로 냉전 종식 후인 1992년부터 5년간 UN을 이끈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전 UN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22년 카이로에서 태어난 부트로스갈리 전 총장의 집안은 조부가 이집트 총리를 지낸 명문가다. 카이로대를 졸업한 뒤 프랑스와 미국에서 유학했고, 귀국 후 외교관이 됐다. 이집트 외무담당 국무장관을 지냈으며, 1977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을 수행하고 실무협상을 벌여 이듬해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이끌어내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1992년 1월 UN 사무총장에 취임한 뒤 소말리아와 르완다 내전, 보스니아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재임기간 내내 UN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미국이 1996년 11월 사무총장 연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그는 5년 단임에 그쳤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