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분쟁 조정 기대

'신해철법'은 과거에 '예강이법'으로 불렸다.

예강이는 2014년 코피가 멈추지 않아서 찾은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요추천자 시술을 받다 쇼크로 사망했다.

예강이의 부모는 딸의 사인을 밝히고 의료진의 잘못이 있었다면 사과를 받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조정을 신청했지만 병원 측이 조정을 거부하면서 기각됐다.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 이후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예강이법은 '신해철법'으로 더 자주 불리게 됐다.

일명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신해철법은 '사망·중상해' 등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 측 의사와 상관없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예강이는 병원의 반대로 분쟁조정 절차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법이 시행되면 예강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사고 분쟁조정제도'는 환자나 의료진 모두 기나긴 의료 소송으로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지 말자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됐다.

특히 의료 소송은 환자 측이 승리하기가 어려워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자주 비유된다.

소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환자 측이 밝혀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소송에 걸리는 시간도 일반 소송보다 훨씬 길고, 비용도 비싸다.

그런데도 환자 쪽이 승소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이에 반해 분쟁조정제도를 이용하면 전문적인 위원들의 검토를 받아 최대 수개월 내에 훨씬 적은 비용으로 조정 절차를 마칠 수 있다.

조정의 효력은 법원의 판결과 같다.

단 조정 절차에 들어가려면 의료사고의 '피신청인'이자 '가해자'인 의료진·병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되는 전체 사건 가운데 '사건 개시'가 되는 경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15년 접수된 전체 사건 1천691건 중 749건(44.3%)만이 실제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의료분쟁의 절반 이상은 의료진·병원의 동의를 받지 못해 중재 절차를 시작조차 못했다는 의미다.

이 법안의 복지위를 통과하자 당사자인 의사단체는 '혼란을 부추긴다'며 법안 통과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소비자단체 등은 "피해자 구제 제도로서 '사망·중상해' 등의 조건을 없애고 모든 의료분쟁 피해자들이 분쟁조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찬성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