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석 씨 오늘 저녁에 광어회 좀 떠 줄 수 있어요?”

[金과장 & 李대리] 회 뜨는 엔지니어…블로그에 하루 3000명 방문
정문석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무선사업부 사원(32·사진)은 최근 동료직원들로부터 이런 부탁을 자주 받는다. 그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회 뜨는 엔지니어’로 유명하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광어회·고등어 초밥, 집에서 즐기기’라는 글이 작년 하반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사내 스타로 떠올랐다.

이 글이 화제가 되기 전부터 정 사원은 유명 ‘맛집 블로거’였다. 그가 운영하는 ‘불량식객의 맛(sukzintro.net)’이라는 요리 블로그는 하루 3000명 이상이 찾는다. 이 블로그가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해 하루에 10만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은 때도 자주 있었다.

201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정 사원이 블로그 운영을 시작한 건 10년 가까이 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 글만 올렸다. 그러다가 5년 전부터는 자신이 집에서 직접 해 먹는 ‘집밥’ 요리법을 블로그에 소개하고 있다. 정 사원은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글을 보면 미식(美食)은 1단계가 맛의 차이를 즐기는 단계, 2단계가 조리 방법에 관심을 두는 단계, 3단계는 식재료를 이해하는 단계로 발전한다”며 “내 블로그도 이런 단계를 밟아가며 업그레이드된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블로그 내 ‘회 뜨기’ 시리즈는 3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였다. 부산 출신인 그는 입사 이후 경북 구미에 살면서 늘 질 좋은 횟감을 그리워했다. “구미가 내륙지방이다 보니 부산만큼 맛있는 회를 먹기 쉽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사원은 ‘좋은 재료를 찾아 직접 회를 한번 떠보자’고 결심했다. 이후 회칼을 주문했고, 전남 목포에서 1㎏짜리 신선한 광어도 주문해 회뜨기에 도전했다. 정 사원은 “처음에는 1㎏짜리 광어에서 살점을 거의 떠내지 못했을 정도로 실패의 연속이었다”며 “부산의 단골 횟집에 전화해 회뜨는 방법을 배웠고,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블로그에 게재했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