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고성에 딸 주소지 옮긴 아버지도 행방 묘연…"가족사가 이렇게까지…"

"부부가 이혼한 뒤 큰딸은 학대받다 죽고 작은딸은 방치되고..."

경남 고성의 장기결석 아동 실종 사건을 수사중인 고성경찰서 수사 담당 직원들은 15일 갈갈이 찢긴 가족사를 두고 안타까움에 혀를 내둘렀다.

두 딸을 데리고 가출했던 친모는 2011년 10월 큰딸을 폭행하다 숨지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됐다.

아이들 아버지 김모 씨는 경찰과 전화통화를 잠시 했을 뿐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두 손녀의 비극을 전해들었는지 경남 고성에 살던 친할머니도 최근 종적을 감췄다.

김 씨는 아내가 2009년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한 뒤인 2010년 강제이혼 신청을 했다.

부부는 현재 이혼한 상태다.

김 씨는 이어 2013년 아이들 '교육 문제'를 생각해 고향인 경남 고성 아이들 할머니 집으로 강제 전입신고를 했다.

이때는 이미 큰딸이 엄마로부터 폭행을 당하다 숨진 지 2년이나 된 시점이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이 가출한 후 이곳저곳을 수소문하며 아이들을 찾아다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가정 불화 탓에 집을 나갔지만 어린 두 딸의 장래를 생각해 할머니 주소지에 주민등록을 해 뒀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애들 아버지가 서울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재를 파악해 접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에서 거주하던 할머니는 최근 집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사건이 표면화되면서 할머니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현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가족이 어디론가 모셔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고성의 주소지에서 최근까지 거주하고 있었다.

고성군 관계자는 "복지 관련 지원금을 지급하려고 수소문했으나 할머니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고성군 측은 사건 현장이 경기와 충청지역인데 아이들 주소지가 경남 고성이어서 업무를 맡게 돼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보였다.

군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고성군과 직접 연관은 없다"며 "다만 고성경찰서가 실종 아동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조용한 고성이 강력 범죄 발생지로 비쳐질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고성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