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마을 통일촌 이장 "차 안 다녀 분위기 적막"

북한측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경기도 파주 민통선마을인 통일촌 일부 주민들의 생계까지 막막하게 됐다.

통일촌은 통일대교를 건너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목인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와 비무장지대(DMZ) 안보관광의 필수코스인 도라산전망대와 인접해 있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마을 농외소득에 큰 지장이 생겼다"면서 "전망대에 개성공단을 보러 가는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이제 발길이 다 끊겨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구 480명의 통일촌에는 방문객을 상대로 장단콩마을식당, 마을회관 식당, 직판장 식당 등 식당 3곳이 운영중이다.

식당에선 지역 특산품인 장단콩으로 만든 순두부찌개 등을 외지인들에게 팔아왔으나 이제 영업이 막막해졌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특산품을 판매하는 직판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됐던 안보관광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도라산전망대는 한달 넘게 닫혀 있다.

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인 제3땅굴, 도라산전망대, 도라산역을 돌아보는 DMZ 안보관광에서 도라산전망대가 빠진 건 '팥 없는 붕어빵'과도 같다.

이 이장은 "북한과 개성공단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도라산전망대를 가려고 안보관광을 하는데, 이제서 관광만 정상화한다고 누가 많이 오겠느냐"고 토로했다.

실제 안보관광객 수도 절반 넘게 줄었다.

DMZ 민북관광 매표소 관계자는 "오늘(14일) 오전까지는 319명, 어제(13일)는 450명이 방문했다"면서 "평소 관광객이 많이 찾을 때는 1천명을 훌쩍 넘겼지만 지금은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귀띔했다.

개성공단을 오가는 우리 국민과 안보관광지를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자체가 '평화'의 상징이었으나 올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안보관광이 중단됐다.

또 지난달 핵실험과 이달 설 연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로 인한 긴장감이 개성공단 폐쇄 사태를 맞으면서 한껏 높아졌다.

더군다나 북한이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함에 따라 공단을 마주한 마을로선 불안감도 커졌다.

통일촌 내 유일한 학교인 군내초등학교에서 개성공단까지 직선거리는 10㎞에 불과하다.

평소 개성공단을 오가는 차들마저 일거에 사라지자 마을 분위기도 조용하고 적막하기 그지없다고 이 이장은 전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사흘째인 이날 통일촌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었다.

(파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