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85)의 장남 재국씨(57)가 운영하는 출판사 시공사가 전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추징금을 대신 내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2013년 검찰이 추징금 환수팀을 꾸린 이후 민사소송으로 전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추징금을 환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8부(부장판사 정은영)는 최근 검찰이 시공사를 상대로 낸 미납 추징금 환수 소송에서 “시공사는 6년간 56억9300여만원을 국가에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강제조정 결정이란 재판부가 직권으로 원고와 피고의 화해 조건을 결정, 양측이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제도다. 이번 결정은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지난달 말 확정됐다. 시공사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매년 7억~15억원의 추징금을 정부에 내야 한다.

재국씨가 지분 50.53%를 보유한 시공사는 재국씨와 동생 재용씨(52)의 서초동 부동산을 빌려 본사로 쓰고 이를 담보로 돈도 빌렸다. 이 부동산은 검찰의 추징금 환수 절차에 따라 공매를 통해 116억여원에 팔렸다. 시공사가 전씨 형제에게 63억5200여만원을 되돌려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검찰은 이를 직접 환수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소송을 냈다. 9개월간 재판 끝에 시공사의 자진납부액을 제외하면 청구액 모두를 받아내게 됐다. 검찰의 완전한 승소다.

내란·반란수괴·뇌물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버텼다. 지난해 말까지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환수한 금액은 1134억여원(전체의 51.4%)이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