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날짜 '2012년 11월 8일' 아닌 '11월 3일'로 확인
엄마 살인 혐의 피하려 사망일 거짓 진술 의혹


16㎏에 불과한 7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장기간 냉장고에 유기한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유기 사건' 피해자의 사망 날짜가 검찰 조사에서 바뀌었다.

사망일이 변경됨에 따라 사체훼손·유기 등의 혐의만 받던 어머니에게도 살인죄가 적용됐다.

경찰 조사 초기부터 진술을 자주 번복한 그가 살인죄 적용을 피하기 위해 아들의 사망 날짜를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 A(2012년 사망 당시 7세)군의 사망일은 경찰이 파악한 2012년 11월 8일보다 닷새 이른 같은 해 11월 3일로 확인됐다.

사망 시점이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아버지 B(33)씨의 진술이었다.

당초 B씨는 경찰 초기 조사에서 "아들이 2012년 11월 3일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분리 조사에서 '아내인 C(33)씨가 11월 8일 아들이 숨졌다고 진술했다'는 경찰 조사관의 이야기를 듣고선 "8일이 맞는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 관계자는 "B씨는 자신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아내 진술을 전해 듣고 '그럼 처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11월 8일로 사망 시점을 바꿔 말했다"며 "그러나 최초 B씨의 진술이 맞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아버지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부부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추적했고, 경찰이 파악한 사망 시점(11월 8일) 전인 11월 5∼6일 부부가 3차례 흉기와 둔기 등 시신훼손에 쓸 만한 각종 도구를 대형마트에서 산 사실을 파악했다.

이 사실을 들이밀며 추궁하자 C씨는 그제서야 "아들이 사망한 건 11월 3일이 맞다"고 털어놨다.

C씨는 사망 시점과 관련해 경찰 조사에서 줄곧 '11월 8일'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2012년 10월 말 욕실에서 남편이 아들을 실신할 정도로 때린 이후 사망한 11월 3일까지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픈 상태로 방치한 책임이 자신에게도 지워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C씨는 남편의 범죄 행위와 관련한 진술은 대부분 사실대로 경찰에 이야기했지만 정작 자신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될 근거가 될만한 내용은 달리 말했다.

아들이 사망 직전 2시간 동안 아버지에게 맞았다는 진술도 C씨 입에서 나왔다.

당시는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전 경찰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으로 아버지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됐던 상황이었다.

경찰은 '아들이 11월 8일 사망했다'는 C씨의 진술과 여러 정황을 근거로 아버지 B씨의 폭행을 사망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판단했다.

욕실 폭행 후 방치한 사실이 사망과 직접 관련없는 것으로 보이면서 C씨는 살인 혐의를 받지 않았다.

"11월 9일 친정에 갔다고 돌아오니 남편이 배가 고프다고 해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고 이후 아들 시신을 훼손했다"는 C씨의 진술도 사망 시점과 짜맞추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치킨을 시켜 먹은 날은 신용카드 내역 추적을 통해 C씨 진술처럼 11월 9일로 확인됐지만 시신을 훼손한 시점은 같은 달 6∼8일 3일간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C씨는 아들 사망과 관련해 책임을 회피하는 진술을 했다"며 "실제 기억이 나지 않아 사실과 다르게 말했을 수도 있지만 살인 혐의를 피하려고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박소영 부장검사)는 5일 살인 혐의를 A군 부모 모두에게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C씨가 '좋지 않은 건강상태의 아들을 내버려두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아동학대 사실이 발각될까 봐 두려워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부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