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가량 방치한 혐의를 받는 목사 아버지 A(47·왼쪽)씨가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 주택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집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가량 방치한 혐의를 받는 목사 아버지 A(47·왼쪽)씨가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 주택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집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검증서 당시 상황 되풀이…현관 앞 국화꽃 한 다발

중학생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미라 상태'의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집에 방치한 사건의 현장검증이 4일 경기도 부천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목사 A(47)씨와 계모 B(40)씨 부부는 숨진 딸의 시신이 놓여있던 집의 작은 방과 거실 등을 오가며 범행 당시 상황을 비교적 차분히 되풀이했다.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집 앞에 호송차가 멈추자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A씨 부부가 포승줄에 묶인 채 차례로 내렸다.

둘다 하늘색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리고 모자를 눌러쓴 차림이었다.

A씨 부부는 "목사로서 죄책감이 없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집에 들어갔다.

딸 C(사망 당시 13세)양이 숨진 때로 되돌아간 이 부부는 나무 막대와 빗자루로 딸의 손바닥과 허벅지 등을 때리는 장면을 담담하게 재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나온 주민 70여명은 골목에 모여 부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고, 집 창문을 활짝 열고 현장을 지켜보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목사 아버지와 계모의 얼굴을 보려는 주민들이 몰리자 경찰 100여명이 골목 어귀를 통제했다.

침울한 표정의 한 주민은 "목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친딸을 죽이고 시신을 집에 계속 놔둘 생각을 할 수 있느냐"며 한탄했다.

1시간 10분 만에 현장검증을 마친 A씨 부부는 곧바로 호송차에 올라 현장을 빠져나갔다.

호송차 뒤로 주민들의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이들이 떠난 집 현관 앞에는 누군가 놓아둔 국화꽃 한 다발만 자리를 지켰다.

A씨 부부는 지난해 3월 17일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부천의 자택 거실에서 딸을 5시간 동안 때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를 받고 있다.

이 부부는 딸이 숨진 사실을 확인하고 시신을 이불로 덮어둔 채 집 작은 방에 11개월간 방치했다.

(부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cham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