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조교사 대량해고 우려…유치원도 불씨 남아

광주와 전남, 경기에 이어 서울시의회도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4.8개월분 예산을 편성하기로 결정해 이들 지역의 유치원 '보육대란'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설 연휴를 앞두고 유치원 교사 임금지급 문제 등이 일시적으로나마 해결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 편성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4∼5개월분에 그쳐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몇 개월 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 '급한 불' 끈 유치원…몇달 후 또 혼란 우려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일 의원총회에서 의결한대로 유치원 누리과정 4.8개월분 추경 편성안이 확정될 경우 전국 17개 시도 모두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적게는 3개월부터 많게는 전액 편성되게 된다.

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예산을 지방의회에서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들어 전액 삭감했던 서울과 경기, 전남, 광주 4개 지역 중 광주는 지난달 27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3개월분 176억원이 시의회에서 편성됐다.

경기도 지난달 28일 4개월분 유치원 예산 1천464억원이 편성됐고, 전남도 전날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각 5개월분 600억원을 반영한 추경예산안이 도의회에서 가결됐다.

마지막까지 진통을 거듭하던 서울시의회도 결국 일부나마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들 4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13개 교육청은 유치원 예산은 12개월분 전액 편성했거나 추경을 통해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밝혔다.

그러나 말 그대로 '급한 불'만 껐을 뿐 근본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으면 일부 지역에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불씨는 남아 있다.

◇ 한 달 후엔 어린이집 보육대란 시작

유치원은 한숨 돌렸지만 진짜 문제는 어린이집이다.

교육청들이 어린이집은 애초부터 보건복지부 소관의 '보육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재정 부담을 떠안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과 전북, 광주, 강원, 경기는 어린이집 예산이 교육청 차원에서 전액 미편성됐다.

유치원 보육대란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어린이집 문제는 교육감들이 한층 강경한 입장이라 문제 해결이 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광주는 시에서 3개월치 180억원을, 강원은 1~2월 운영비(원아 1인당 7만원)를 도에서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 역시 도에서 2개월분 어린이집 예산 910억원을 준예산으로 집행했다.

서울의 경우 시의회 더민주당이 이날 의총에서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4.8개월분 편성을 교육청에 요청하기로 했지만 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교육청을 거쳐 관내 유치원으로 바로 지원금이 입금되는 유치원과는 달리 어린이집은 먼저 학부모들이 '아이행복카드'로 보육료를 결제하는 방식이다.

어린이집 지원금은 원아 1인당 교육비 22만원과 운영비 7만원 등 총 29만원이다.

교육비 22만원은 학부모들이 매달 15일께 아이행복카드로 결제하면 해당 카드사가 먼저 대납한 뒤 다음달 20일 이후 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받는 식으로 지원된다.

사회보장정보원은 이 돈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받고, 다시 지자체는 해당 교육청에서 대금을 받는 구조다.

원래대로라면 1월15일께 결제된 1월분 보육료가 이달 20일 이후 카드사로 지급돼야 한다.

그러나 예산 편성에 문제가 있을 때는 카드사가 2개월간의 보육료를 대납할 수 있도록 협약이 체결돼 있어 2월분 대금 지급시기가 돌아오는 3월20일께까지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장 학부모들이 보육료를 추가 부담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교육청으로부터 돈을 받아 어린이집에 직접 지원하던 어린이집 운영비 7만원은 바로 지원이 중단된다.

운영비에는 담임 보육교사 수당과 교재·교구비, 급식·간식비, 보조교사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운영비 지원이 끊기면 교사들은 담임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되지만 더 큰 문제는 보조교사들의 인건비 지원도 중단된다는 점이다.

어린이집 보조교사는 지난해 기준 약 6천500명 수준이다.

이들은 일 4시간 기준, 월 78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이미 지난달분 운영비가 지원되지 않으면서 영세한 어린이집에서는 보조교사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이미 원장이 보조교사에게 "일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는 예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은 이런 사태를 우려해 도에서 1∼2월분 운영비 27억원을 도비로 우선 집행했다.

그러나 나머지 지역들은 운영비 지원이 계속 끊기면 영세한 어린이집의 운영 실태를 고려할 때 보조교사 대량 해고 사태가 우려된다.

(세종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