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3일 오후 김해시 동상동 전통시장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3일 오후 김해시 동상동 전통시장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다.
외국인 때문에 활기를 되찾은 전통시장이 있다.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가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면서 언제부턴가 ‘경남의 이태원’으로 불리기 시작한 경남 김해시 동상동 전통시장이 그곳이다.

설을 앞두고 3일 둘러본 동상동 전통시장은 이색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과일과 생선, 먹거리 판매대 등은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바 없었지만 물건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태국과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였다. 시장 근처 종로길(외국인거리)에서도 한국인을 찾기 어려웠다.

베트남에서 김해로 온 지 1년 정도 됐다는 팜티펑타오 씨는 “설 연휴 동안 먹을 음식 재료를 사러 나왔다”며 “외국인이 밀집한 이런 곳이 있어 한국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주 고객이 외국인으로 바뀌면서 시장에서 파는 물품도 변했다. 채소가게에는 훌라파, 라우랑, 타마린드 등 생소한 이름의 식재료가 맨 앞쪽을 차지했다. 몇몇 가게는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에서 온 젊은이들을 고용해 외국인 근로자의 발길을 붙잡았다.

김수주 전통시장 번영회 사무국장은 “주말이면 외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적게는 3000명에서 많게는 5000명에 이르는 외국인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김해 장유와 진영, 내외동과 북부동 등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2000년 초반까지 쇠락의 길로 접어들던 동상동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김 사무국장은 “김해의 원도심 상권 위축으로 동상동 전통시장도 문을 닫는 가게가 많았다”며 “외국인의 발길이 늘어난 지금은 점포 170개 중 130개가 영업 중이고 나머지 40개도 냉동창고 등으로 활용해 성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되살린 김해 동상동 전통시장
김해는 경기 안산 일대와 함께 대표적인 외국인 노동자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김해의 외국인 주민은 2만3042명으로 전체 인구(52만7240명)의 4.4%를 차지했다. 한림면, 주촌면, 생림면 등 김해 외곽에 들어서기 시작한 중소형 공장 8000여개가 이들을 흡수했고 일을 쉬는 주말이면 동상동 전통시장으로 몰려나온다.

조은희 동상동주민센터 총무계장은 “동상동 전통시장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외국인 거리가 형성됐다”며 “전통시장도 지금은 외국인 덕에 먹고살 정도”라고 소개했다.

외국인들로 활기를 찾기 시작한 동상동은 또 한 차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 부원동·회현동과 함께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된다. 경상남도와 김해시는 이곳에 20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22개 도시재생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김해=김태현/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