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씨(28)는 얼마 전 ‘도쿄 3박4일 특가 여행상품’을 예약했다가 출발을 이틀 앞두고 휴가가 취소되는 바람에 요금으로 낸 45만원을 그대로 날렸다. 이씨는 여행사 측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여행사 측에선 예약 당시 이씨가 동의한 환불 불가 특약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했다. 이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30%만 물어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결국 한 푼도 못 받았다”며 억울해했다.
여행자에 불리한 '환불 불가' 약관 없어진다
앞으로는 이씨처럼 여행 계약과 관련한 부당한 피해가 크게 줄어든다. 법무부는 여행 계약에 관한 내용을 별도 ‘절’로 신설한 민법 개정안이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3일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해외 여행객은 1900만명(지난해 기준)을 넘어섰지만 여행 계약 관련 법률이 없어 분쟁 때 표준약관 가이드라인에만 의존했다. 기존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국내(국외)여행표준계약’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표)’에 따라 취소 수수료를 정했다.

개정 민법은 여행사가 ‘예약 취소 불가’라고 미리 공지했더라도 여행자가 여행 전에는 언제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다만 여행자는 여행사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여행자는 여행 상품에 문제가 있으면 시정이나 감액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민법에 반해 여행자에게 불리한 계약은 효력이 없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여행사가 계약 당시 소비자에게 불리한 특약을 요구했더라도 원칙적으로 무효가 된다. 부득이한 이유가 있으면 여행자뿐 아니라 여행 주최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도 새로 생겼다.

하지만 이번 민법 개정으로 소비자가 여행 상품을 취소할 때 받을 수 있는 환불 금액이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정해진 취소 수수료 비율이 있어 실제 손해가 더 크더라도 정해진 대로 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민법 개정으로 여행사들도 고객의 여행 취소로 인한 실질적 손해를 고객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개정 민법에는 보증인의 권리를 강화한 내용도 포함됐다. 민법상 보증인의 보호 범위는 커지고 보증인 보호 내용은 모든 보증계약에 적용된다. 현행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대가 없이 호의로 이뤄지는 보증에만 적용돼 일반 서민의 보증 피해를 충분히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증 계약은 원칙적으로 서면 체결만 효력이 발생한다. 기존에는 보증 계약을 녹음했을 때도 효력을 인정받아 사채업자 등이 악용했다.

불확정한 다수 채무에 대한 보증 또한 보증하는 채무 최고액을 서면으로 정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모든 보증채권자에게 ‘채무자 신용정보제공’ 및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 등에 대한 통지’ 의무를 주고, 이를 위반할 때 보증채무를 감경·면제할 수 있게 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