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카 바이러스 세계 공동대응 필요” >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연합뉴스
< “지카 바이러스 세계 공동대응 필요” >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생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카 바이러스’ 유행에 대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현재 유행하는 남미와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보건당국도 해외 입국자를 통해 질환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발빠르게 움직인 WHO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위원회의 PHEIC 선포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외부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긴급위원회는 화상회의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WHO '지카 세계 비상사태' 선포] 백신 없는 지카 바이러스 급속 확산…한국, 의심사례 7건 접수
브라질에서 신고된 신생아 소두증 환자는 4000명 정도다. 정확한 원인은 6~9개월 뒤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로 지카 바이러스 차단과 백신 치료제 개발에 인력과 재원이 집중될 전망이다. WHO는 그러나 아직 무역이나 여행 제한 조치는 필요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예상보다 빠르게 결정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직무대리(긴급상황센터장)는 “질환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가 넓게 분포돼 있어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자가 적어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것도 WHO가 결정을 서두르게 된 이유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는 1954년 나이지리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60년 동안 잠잠했던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부터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바이러스 유행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을 꼽았다. 송영구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기 문제는 기후와 연관이 있다”며 “날이 따뜻해지면서 모기 개체 수가 늘었고, 이로 인해 감염자도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박을 통한 모기 유입 우려도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정진엽 복지부 장관 주재 전문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감염병 주의 단계는 ‘관심’으로 유지하되 남미에서 들어오는 항공기의 검역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바이러스 검사 기준도 마련해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내년으로 예정됐던 전국 모기분포 조사는 올해로 앞당긴다. 한국에서는 현재까지 7건의 의심 사례가 접수됐고 이 중 4건이 음성으로 나왔다. 정 센터장은 “임신부들은 발생국에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이처럼 발빠르게 대응한 이유는 국내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남미와 동남아는 한국과 인적 교류가 많은 나라다. 태국과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사람은 한 해 170만명과 4만명가량이다.

남미나 동남아를 오가는 컨테이너 선박 등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기후변화 때문에 유입된 모기가 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아시아 등에만 살던 흰줄숲모기는 1980년대 폐타이어의 고인 물을 따라 세계 재생 타이어 산업 중심지였던 미국 휴스턴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국내에서 흰줄숲모기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도 카센터 등 폐타이어가 많은 곳이다. 송 교수는 “선박과 선적품까지 자세히 조사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