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메르스' 막자…방역 당국, 지카 바이러스 초비상
국제보건비상사태에 관련 부처들 대응책 마련 분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의 확산 사태를 '국제보건비상사태'로 규정하자 국내 방역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현재 국내 위기를 평가하고 방역 강화 방안을 자문하는 회의와 대국민 공포분위기 완화를 위한 브리핑을 잇따라 개최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달여간 공석 중이던 방역대책 최고 사령탑인 질병관리본부장에는 호흡기질환 전문가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장을 임명했다.

◇ 복지부장관 주재로 격상한 '전문가회의'

정부는 2일 오전 개최한 '지카바이러스 위기평가 및 대책회의'의 주재자를 당초 질병관리본부장 직무대리에서 보건복지부장관으로 급히 격상했다.

WHO가 예상을 깨고 이른 시간에 국제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우리 방역 당국도 단순한 '전문가 회의'를 '지카바이러스 위기평가 및 대책회의'로 격상한 것이다.

회의에는 정부 등 방역 당국 관계자뿐 아니라 질병 역학, 감염내과, 산부인과, 곤충학, 위기소통 전문가 등 지카바이러스의 확산과 관련한 각계의 국내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회의를 주재한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지카바이러스 방역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감염자 입국시 방역, 모기가 활동 시기 전 전 방제 대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내 달라"고 전문가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는 언론을 상대로 지카바이러스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지카바이러스의 감염 매개체, 진단 방법, 임신부 대처 방안 등을 질의응답식으로 설명해 국민이 올바로 대응하고 불필요한 공포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리다.

브리핑 진행 방식도 당초 간단한 백브리핑에서 공식 브리핑으로 전환해 생중계가 가능토록 했다.

◇ 지카바이러스 현재 국내 전파 가능성은 '희박'

국제 비상사태가 선포됐지만, 현재 국내에는 지카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질병관리본부도 아직 국내에 지카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모기 등 질병매개체 분석 결과를 볼 때 국내에서는 아직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도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고, 국내에 서식하는 또다른 매개체 '흰줄숲모기'는 현재 겨울철이라서 활동하지 않는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다만 해외 감염자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검역 등을 강화하고 있다.

◇ 정부 부처도 지카바이러스 비상 대응책 수립

정부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지카바이러스를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 바이러스감염증 환자를 치료한 병원은 방역 당국에 환자 발생 사실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긴급상황센터 안에 지카바이러스 감염 대책팀을 구성해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또 브라질, 콜롬비아, 태국 등 2개월 내 지카바이러스감염증 발생 국가를 공개하고 임신부들이 해당 국가 여행을 연기하도록 권고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진 검사 체계를 갖췄고, 전국의 검역소에서 위험지역 출국자들을 상대로 예방수칙을 홍보하고 있다.

법무부는 입국자의 출입국 정보를 방역당국에 제공하고, 문화체육부는 예방수칙과 행동요령 등을 국민에게 홍보할 방침이다.

외교부는 중남미 등 위험지역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감염예방대책을 전파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