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에 6년째 수정 건의…서울시는 "김포공항을 서울공항으로 변경"

"이 비행기는 서울에서 출발해 ○○로 향하는…"

인천시 공무원들은 해외 출장을 갈 때 기내 안내방송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방금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인데 승무원의 안내방송에서 언급된 출발지는 인천이 아니라 서울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인천시 중구 운서동에 자리 잡은 공항으로 엄연히 인천 땅이다.

공항 재산세·종합토지세 등 지방세도 인천시 중구에 낸다.

그런데도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출발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인천공항 소재지가 'SEOUL'(서울)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2001년 공항 개항을 앞두고 당시 건설교통부는 공항 이용 승객이 많은 중심 도시의 이름을 공항 소재지로 명시하는 것이 국제 관례라며 서울을 공항 소재지로 등록했다.

우리 정부가 발간하는 항공정보간행물(AIP)에도 인천공항의 위치(AERODROME LOCATION)와 이름은 'SEOUL/ Incheon INTL'(서울/인천국제공항)으로 표기돼 있다.

인천시는 '서울 인천공항'으로 통용되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2011년부터 국토교통부에 AIP 수정을 건의해 왔다.

국토부는 그러나 공항의 도시 이름을 바꾸면 많은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명칭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의 반대 속에서도 '인천공항 제 이름 찾기 운동'은 최초의 인천 출신 시장인 유정복 시장이 2014년 취임한 이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유 시장은 올해 신년인터뷰에서도 "서울 인천국제공항의 사례처럼 명칭에서조차 인천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직 많다"며 "인천 가치 재창조를 위해 인천공항 이름에서 서울을 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ICAO나 AIP 상의 '서울 인천공항' 명칭 교체가 당장 쉽지 않다면 기내 안내방송이라도 출발·도착지를 인천으로 안내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시는 항공사별 출발·도착지 안내 방송 매뉴얼을 모아 한국어는 물론 외국어 안내방송 때에도 출발·도착지를 서울이 아닌 인천으로 안내해 줄 것을 각 항공사에 요청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많은 외국인이 잘못된 정보 때문에 인천공항이 서울에 있는 공항인 줄 알고 있다"며 "인천공항의 제 이름을 되찾아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인천의 외국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조적으로 서울시는 김포공항 이름을 서울공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작년 김포공항 명칭을 서울공항으로 바꿔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김포공항이 1958년 정식 국제공항으로 지정될 때만 해도 경기도 김포군에 있었지만 1963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서울시에 편입된 만큼 김포공항으로 서울공항으로 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공항 명칭을 변경한 전례가 없고 군 공항인 성남공항이 서울공항으로 등재돼 있어 혼란이 우려된다며 서울시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