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배 서울대 교수 컬럼비아대로…국내 경제학자 첫 아이비리그행
제1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이석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45·사진)가 올 가을 미국 컬럼비아대로 자리를 옮긴다. 국내 대학의 경제학 교수가 ‘아이비리그’ 대학교수로 부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미시계량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실적을 내고 있는 신진 학자로 손꼽힌다. 1996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영국 런던대(UCL)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이코노메트리카(Econometrica)’,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American Economic Review)’ 등 해외 유명 경제학 저널에도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교수의 주된 연구 분야인 계량경제학은 경제이론과 수리모형, 통계적 방법이 융합된 학문이다. 개인, 가구, 기업 등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일정 기간 수집해 얻은 미시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 교수는 “미시자료는 각 경제주체의 행위를 이해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자료”라며 “과거보다 더 나은 분석기법을 개발하거나 기존 기법으로 분석이 불가능했던 연구 주제를 위한 새로운 미시계량기법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011년 미국 대학생의 진학률과 취업률 자료의 장기적 추이를 고찰한 논문을 발표해 세계 경제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4년에는 서울대 경제학과의 김병연 최승주 교수 등과 함께 탈북민을 대상으로 경제학 실험을 한 결과 탈북민의 사회규범적 특성이 남한 주민에 비해 ‘평등지향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교수는 연구 역량을 인정받아 2012년 10월 한국경제신문사가 만 45세 이하의 역량 있는 소장 경제학자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다산 경제학상’은 한국경제신문사가 국내 경제학자 가운데 학문 성과가 가장 뛰어난 학자를 선정해 주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198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에드먼드 펠프스,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이 교수로 재직 중인 컬럼비아대가 이 교수를 영입한 것도 이 같은 연구 성과에 주목해서다. 컬럼비아대뿐만 아니라 영국의 한 명문대도 이 교수를 놓고 영입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학계에서는 이 교수의 ‘컬럼비아대행(行)’에 대해 “국내 대학의 연구 수준이 그만큼 세계 정상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젊고 우수한 학자를 외국 대학으로 떠나보내는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4명의 젊은 교수가 미국 대학으로 옮겨 간 서울대 경제학부에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998년 조인구 교수(일리노이대)를 시작으로 1999년 최재필 교수(연세대·미시간대 겸임), 2004년 박준용 교수(성균관대·인디애나대 겸임), 2007년 장용성 교수(연세대·로체스터대 겸임) 등 소장 경제학자들이 미국 대학으로 갔다.

서울대를 떠나 미국으로 간 교수들이 연세대와 성균관대 교수를 겸하며 국내에서 강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대의 열악한 교수 처우가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기준 연세대의 정교수 평균 연봉은 1억6200만원, 성균관대는 1억3400만원이지만 서울대는 1억500만원이다. 한편 서울대 경제학부는 올해 1학기 3명의 교수를 새로 충원한다. 이 중 서강대 경제학부에서만 홍석철, 이정민 교수를 영입해 학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박웅용 교수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서울대로 옮겨 와 1학기부터 강의한다.

이석배 교수는

▶1971년생 ▶1996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1998년 서울대 경제학 석사 ▶2002년 미국 아이오와대 경제학 박사 ▶영국 런던대(UCL) 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012년 제1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 수상’

오형주/황정환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