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화장실 지문 나온 3명 사건 관련성 없어
사이버범죄수사대도 투입…공항 CCTV 저화질 추적 어려워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서 발견된 폭발물 의심 물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를 분석, 용의자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의심 물체가 발견된 공항 화장실 내부에서 지문 19점을 채취해 분석했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1일 용의자가 컴퓨터를 이용해 작성한 협박성 메모지의 감정 분석을 공신력이 있는 외부 아랍어 전문기관에 의뢰키로 했다.

경찰이 접촉중인 아랍어 전문기관은 통번역대학원이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감정 결과를 토대로 용의자의 아랍어 습득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분석할 방침이다.

또 아랍어 메모지의 정밀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프린트 잉크 성분과 종이 제조사 등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발견 당시 이 메모지에는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다.

알라(신)이 처벌한다"라는 글자가 아랍어로 적혀 있다.

손으로 쓴 글씨가 아닌 컴퓨터로 출력한 A4용지 절반 크기로 부탄가스가 부착된 종이상자 뒷면에 붙어 있었다.

경찰은 앞서 아랍어 전문가에게 확인해 해당 메모지에 적힌 글을 간이 분석한 결과, 연결 단어가 빠져 있거나 일부 문법이 틀린 사실을 확인했다.

'알라가 알라를 처벌한다"라는 의미가 이상한 문장이 포함됐으며 보통 아랍어에서 '신'이라는 단어 앞에 관용적으로 항상 쓰는 '자비로운' 등의 수식어도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장 감식에서 화장실 출입문, 부탄가스, 상자 내용물, 포장용 테이프 등에서 지문 19점을 채취해 내국인 3명의 신원을 특정했다.

그러나 한 명은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이고, 나머지 2명도 사건 당일 행적 등을 수사했으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성채 인천국제공항경찰대장은 "채취한 지문 19점 가운데 일부는 폭발물 의심 물체에서 나왔지만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가치는 없었다"며 "현재 사건 현장에서 재감식을 벌여 보강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문 수사관을 투입해 인천공항 1층 여객터미널에 설치된 CCTV 84대도 분석하고 있지만 이날 현재까지 용의자의 신원을 추정할만한 구체적인 단서는 찾지 못했다.

CCTV가 공항 개항 때인 2천년대 초반에 설치돼 화질이 좋지 않은데다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된 남자 화장실을 근거리에서 비추는 CCTV가 없는 탓이다.

또 CCTV 한 대당 1시간으로 분량이 방대한데다 공항 특성상 유동 인구도 많아 영상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 대원 10여 명을 투입해 인터넷에서 용의자가 범행 전 '예고성' 글을 올린 게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다른 관계자는 "해당 남자화장실을 비추는 CCTV는 50m 이상 떨어져 있는데다 화질이 좋지 않다"며 "직원들이 눈이 빠질 정도로 화면을 분석하고 있지만 용의자 특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윤태현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