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제재규정 만들어 담함 재발 방지…평가는 엇갈려
'꼬리 자르기' 그치나…"부당이득이 과징금보다 많아 담합 반복"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식품업체들의 가격 담합 등이 끊이지 않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에 가담한 직원에 대한 사내 제재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담합 가담자에 대한 승진 제한이나 감봉 등을 담은 사내 제재 규정을 만들도록 해 담합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진이나 오너의 지시·묵인이 없다면 이뤄지기 어려운 담합의 특성상 기업 윗선에 대한 제재 강화가 없다면 '꼬리 자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16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가 담합 가담자에 대한 사내 제재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시정명령이나 과징금만으로는 담합을 뿌리 뽑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 호남 고속철도 등 대형 국책사업에선 입찰 담합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같은 기업에서 담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가 지난 5일 과징금 1천994억원을 부과하기로 한 시멘트 업계의 가격 담합은 걸린 것만 이번이 네 번째였다.

공정위는 앞으로 담합 기업들을 제재할 때 과징금 외에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담합 가담자에 대한 징계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현행 공정거래법('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이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보지만, 별도의 근거가 필요한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의 방점은 '담합 재발 방지'에 찍혀 있다.

담합으로 처음 적발된 기업이라면 가담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없다.

그러나 공정위 시정명령으로 사내 제재 규정이 만들어진 이후에 다시 담합이 적발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규정에 따라 가담 직원들이 감봉, 승진 제한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사내 제재 의무화가 담합을 억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영근 공정위 카르텔 조사과장은 "담합에 참여하면 회사 내부에서 불이익이 주어진다는 조직 내부의 규범과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재발 방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담합 근절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놓았는데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재발 방지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약해진 과징금 때문이니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효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런저런 이유로 감면해주는 일이 많다"며 "담합을 통한 부당이득이 적발됐을 때의 과징금보다 훨씬 많으니 기업들은 돈으로 때우고 반복적으로 담합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검찰이 공정위 고발에 의존해온 담합 사건 수사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공정위가 공소시효를 넘겨 담합사건을 검찰 고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검찰이 담합 사례를 선제적으로 찾아 적발하고, 담합을 지시한 최고 윗선까지 수사해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1천억원대의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에서 SK건설의 담합 행위를 밝혀내고서 검찰 고발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의 고발 요청을 받고서 고발권을 행사한 적이 있다.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