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1마리 하루 1천마리 유충 잡아먹어…허브 '구문초' 모기 피하는 장미향 발산
국내 산·숲 서식 '흰줄숲모기' 바이러스 매개 '조심'…전문가 "지나친 걱정 불필요"


신생아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남미 대륙에 이어 미국, 아시아, 유럽 등으로 확산하며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가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를 매개로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으로 모기를 없애기 위한 고민과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청정지역인 우리나라도 29일 지카 바이러스를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이례적이다.

환자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선제적으로 이뤄진 조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자 조기 발견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 외에는 아직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유입에 철저히 대비하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소두증 공포로 매개체인 모기가 관심을 끌면서 그동안 전국 지자체가 효과적으로 모기를 잡으려고 도입한 기발한 방법들에 눈길을 끌고 있다.

어류와 식물을 동원한 각종 '친환경 모기 구제책'이 지카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색 모기퇴치법을 소개한다.

◇ 미꾸라지 풀고, 화초 심고…생태적 모기 박멸법 등장
충북 진천군은 2014년부터 미꾸라지를 이용한 친환경 방역을 애용중이다.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곳에 미꾸라지를 풀어 유충을 없애는 방식이다.

군은 지난해 5월 진천읍을 가로지르는 백곡천에 미꾸라지 30㎏을 방류했다.

군내 읍·면 10곳의 작은 저수지와 습지에도 120㎏을 풀었다.

진천군은 미꾸라지를 활용한 방역이 모기 퇴치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꾸라지는 한 마리가 하루 1천 개 이상의 모기 유충을 잡아먹을 정도로 식성이 좋아 ㎡당 4∼6마리만 풀어놔도 모기 방제 효과가 상당하다"고 진천군은 설명했다.

특히 야행성으로 수면 위, 아래를 오르내리며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데다 4급수 이하의 수질에도 생존할 수 있어 저수지나 하천 등에서 화학약품을 대신할 최적의 방역 생물로 꼽힌다.

전남 순천시도 2014년부터 순천만 호수정원과 신대지구 신대천 등에 200㎏가량의 미꾸라지를 방류하고 있다.

광양시도 매년 유당공원 연못과 서천변 등에 50㎏의 미꾸라지를 풀고 있다.

식물이나 나무 열매 활용법도 있다.

경북 구미시는 2014년부터 모기가 서식하는 경로당, 공원, 산책로에 구문초 5천600포기를 심었다.

올해도 700포기를 심는다.

구문초는 '로즈레라늄'이라는 허브과 식물로 해충이 싫어하는 장미향을 발산, 모기가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대전시 동구는 은행나무 열매와 잎을 활용해 정화조 모기 유충을 없앤다.

은행나무 열매와 잎을 그물망에 담아 정화조에 넣어두기만 해도 살충·살균 작용을 하는 성분이 모기 유충을 제거, 모기 개체 수를 많이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동구는 설명했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치 않다.

경남 김해시와 창원시 진해구는 2011년 은행잎을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부산시 해운대구는 '모기 집단서식지' 지도를 만들어 친환경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제법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은 여름철에만 모기 서식지에 화학약품을 살포했으나 유해성 논란과 함께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해운대구는 모기 유충의 서식밀도를 겨울철에 조사해 지도에 표시한 뒤 밀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방제하고 있다.

살포 약품은 살충제보다 하천 환경에 악영향이 적은 유충억제제를 사용한다.

경기도 성남시는 2013년부터 '모기신고센터'를 상시로 운영해 효과를 보고 있다.

시민이 제보한 곳으로 방역기동반을 파견해 모기 발생 원인을 찾고 유충을 박멸하는 방식이다.

◇ 국내 산·숲엔 매개 가능한 흰줄숲모기 서식 '주의해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56종의 모기가 서식하는데, 다행히 이집트숲모기는 없다.

그래서 현재로선 남미나 동남아 등을 여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염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가 필요한 대응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뎅기열 매개체이자 국내에도 서식하는 흰줄숲모기도 지카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산이나 숲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검은색 몸통에 흰 줄이 있는 모기가 흰줄숲모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빨간집모기의 유충은 겨울철 정화조나 하수도 등에서 월동하지만, 흰줄숲모기는 알에서 겨울철을 보내며 인적이 드문 산과 숲에서 서식한다.

이 때문에 도심에서 이뤄지는 겨울철 유충 구제가 별 효과가 없을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인위적인 방역도 어렵다.

공원이나 산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 소매가 긴 옷을 입는 등 개인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 전문가들 "소두증 포비아(공포증)는 불필요"
그러나 소두증이나 지카 바이러스에 지나친 불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29일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 등은 바이러스 자체가 온도의 영향을 받는데, 주로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서 "국내 환경은 바이러스 정착이 어려우므로 지나친 두려움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박영서, 정찬욱, 오태인, 손대성, 김재선, 이종민, 김호천, 이우성, 우영식, 윤태현, 윤우용, 허광무)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