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사시(斜視) 등 분야별 진료…세계 첫 망막병원 세워"
1962년 8월15일 김희수 김안과병원 이사장은 서울 영등포로터리 근처 건물 2층에 ‘김안과’ 문을 열었다. 국내에는 안과 전문의도 없던 때였다. 미국에서 안과 기술을 배워온 김 이사장은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10년 안에 최고 안과가 되자’ ‘눈이 아픈 사람은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병원을 알려야 했다. 그는 페인트로 직접 그린 광고물을 들고 주택가를 돌았다. 영등포는 물론 경기 안양과 수원 지역에도 광고지를 붙였다. 추석과 설에도 쉬지 않고 환자를 치료했다. 365일 24시간 진료하는 안과에 사람들이 몰렸다. 82㎡ 규모였던 병원은 1971년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커졌다. 1986년에는 지하 3층, 지상 8층, 연건평 1만320㎡ 병원 문을 열었다. 아시아 최대 안과다. 이후 김 이사장은 건양대와 건양대병원도 세웠다.

김안과 문을 연 지 54년이 지났다. 1명이었던 안과 의사는 43명으로 늘었다. 병원 운영은 김 이사장의 둘째 딸인 김용란 원장(사진)이 맡고 있다. 개원 초기 세운 목표는 지금도 그대로다. 김 원장은 “김안과는 모든 안과 환자를 위해 항상 열려 있는 병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에도 신경 써 세계적 안과 전문병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안과병원은 국내 최대 안과 전문병원이다. 매년 40만명 넘는 안과 환자가 이 병원을 찾는다. 이처럼 환자가 많지만 김 원장은 항상 기본을 강조한다. 그는 “눈에 작은 모래알 하나만 있어도 환자에게는 큰 고통”이라며 “작은 티끌을 빼주기 위해 일요일에도 열려 있는 병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김안과병원을 찾으면 무조건 시력검사를 한다. 수십년째 지켜진 원칙이다. 귀찮고 번거로운 과정이라 최근에는 이를 생략하는 안과가 많다. 김 원장은 “눈은 보여야 하는 것”이라며 “시력은 안과 치료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눈 미백수술이 유행했을 땐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일부 병원과 싸우기도 했다. 김 원장은 “환자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하는 병원이 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은 최근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수술 환자에게 미리 질환 정보를 알리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환자가 질환에 대해 잘 알아야 치료 결과도 좋다는 취지에서다. 지난해부터 환자 요구사항을 녹음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글을 쓰기 힘든 눈 질환자 특성을 고려한 고객 만족도 조사다.

직원 만족도도 높이려 애쓰고 있다. 생일을 맞은 직원에겐 김 원장이 직접 친필 카드를 보낸다. 직원 기숙사를 새로 짓고 휴게소에 옥돌찜질방도 마련했다. 김 원장은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병원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1986년 김안과병원은 전문과목인 안과를 분야별로 쪼갰다. 망막 각막 녹내장 안성형 사시 등 세부 과목을 설치했다. 국내 첫 시도에 대학병원 의사들조차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지금은 표준이 됐다. 2008년엔 세계 첫 망막병원도 세웠다. 전문병원이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이제 김안과병원은 세계로 향하고 있다. 시작은 봉사다. 캄보디아에 안과진료소를 짓고 백내장 무료수술을 1300건 이상 했다. 의료연수도 하고 있다. 연수 의사들이 보낸 환자가 하나둘 한국을 찾고 있다. 김 원장은 “10년 뒤엔 해외 환자가 많이 와 병원 로비에서 일어 중국어 영어 등이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기다리는 동안 행복할 수 있는 병원, 환자나 직원이 웃으며 다니는 병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