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기태영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란다"
드라마일까, 예능일까. 8개월 된 첫딸 로희를 안고 춤추듯 재우는 기태영·유진 부부가 첫선을 보인 지난 24일 KBS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육아 예능이라는 것을 잊을 만큼 낭만적으로 보였다. 첫 아이를 출산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도무지 아이를 키우는 집 같지 않게 정돈된 분위기가 남달라서였다. 일찌감치 주말드라마 주인공으로 복귀한 두 배우 부부의 외모가 뛰어난 덕분이기도 하다.

기태영은 아내 유진이 외출하고 생전 처음 48시간 육아를 전담하는 순간에도 천막 안에 숨어 촬영하는 비디오자키(VJ)들에게 직접 내린 커피를 대접할 정도로 여유로웠다. 드립 커피를 함께 마시며 머뭇거리는 VJ와 즉석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됐다.

로희를 낳고 육아 블로그를 모두 섭렵했다는 기태영은 아이와 아내를 배려하는 ‘완벽한’ 모습으로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육아 허당’이다. 날카로운 모서리의 좌탁과 기대면 떨어질 만한 소품들이 즐비한 거실에 기어 다니는 로희를 두고 아침식사를 하다니….

서언이와 서준이 아빠 이휘재, 사랑이 아빠 추성훈, 삼둥이 아빠 송일국은 물론이고 오남매 아빠 이동국에게서 보지 못한 색다른 상황은 기태영이 어떻게 고군분투하며 달라질 것인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간판스타인 삼둥이의 하차는 지난 연말 예능계의 큰 이슈 중 하나였다. 2014년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송일국의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의 천진함과 자연친화적인 모습은 단번에 육아 예능을 대세로 끌어올렸다. 많은 억측을 딛고 지난해 말 삼둥이가 마지막 촬영을 끝낸 것이 공식화되자 아쉬워하던 시청자들에게 로희 아빠 기태영의 등장은 긍정적인 신호다.

육아 예능에 대해선 등장 초반부터 논란이 일었다.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부모의 결정으로 방송에 노출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부터 아이와 부모의 성장과정을 온 국민과 공유하며 같이 울고 웃는 공감의 장을 형성하게 한다는 긍정론까지 다양한 입장이 갑론을박해 왔다.

무심한 초보 아빠가 점점 아이와 친밀해지며 진정한 아빠로 성장하는 모습은 미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수십대의 카메라가 놓인 곳에서 생활하는 유아들을 볼 때마다 안쓰럽기도 하다.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이와 서준이가 브레이크 댄스를 추거나, 삼둥이가 야외에 흩어져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상황에서도 무선 마이크가 담긴 가방을 착용하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불편하다. 하지만 엄태웅의 딸 지온이가 또래들과 적극 교류하고, 미숙아로 태어난 서언이와 서준이가 서로를 아끼며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삼둥이의 하차를 계기로 로희 아빠 기태영과 여섯 살과 세 살 남매를 둔 배우 이범수를 통해 새 판을 짰다. 삼둥이를 더 이상 못 보는 것은 안타깝지만 육아 초보 아빠들의 좌충우돌은 또 다른 호기심과 기대를 낳는다. 이들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아이를 최대한 많이 낳겠다는 자칭 육아 전문가 기태영과 로희의 다음 모습이 벌써 궁금한 이유다.

이주영 < 방송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