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캠퍼스 잡앤조이] 취업준비생 울리는 '취업 들러리'

가뜩이나 썰렁한 취업시장에 ‘취업 들러리’ 현상이 나타나 취업준비생들을 울리고 있다.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헤드헌터를 통해 유명 식품회사 경력직에 지원한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해당 포지션에 대해 헤드헌터들이 지원 의사를 물어왔고, 12월 퇴사 시점에 맞춰 지원했지만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취업사이트에 2월 말까지 동일 포지션을 선발한다고 다시 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니 ‘들러리’를 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 들러리’란 기업이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충원이 아닌데도 서류를 접수해 속칭 ‘간’을 보거나, 이미 내정자를 정해두고 형식적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경력직뿐만 아니라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도 이런 설움을 겪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면접에서 들러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67.1%에 달했다.

1월 초 중견기업 신입 비서직 수시채용 면접에 참가한 대학 졸업 예정자 B씨(24·여)는 “5명 정도가 한꺼번에 면접을 보는데 한 명한테만 질문이 집중됐다”며 “나머지 4명은 왜 면접까지 불렀나 싶을 정도로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들러리’를 세우는 기업들이 당락 여부를 지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가뜩이나 취업 한파에 시달리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희망고문’을 하고 좌절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력직 헤드헌터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인센티브를 챙기기 위해 추천을 남발한다는 얘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취업포털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헤드헌터들이 들러리를 세우는 것을 관행으로 여긴다”며 “채용 인원의 2배수를 메인, 나머지를 들러리로 세워 여러 명을 추천하고 그중 한 명만 걸려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이기심으로 채용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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