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펙' 요구하는 대학 교직원 채용
직업 안정성이 높은 대학 교직원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일부 대학에서 지원자에게 영어 외에 중국어 실력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대는 지난 8일 일반 사무직과 전산직 교직원 채용공고를 냈다. 공고에 따르면 일반 사무직은 ‘토익(TOEIC) 시험 950점 이상’과 중국어능력시험인 ‘신HSK 5급 이상’이 돼야 지원할 수 있다. 영어와 중국어 모두 고득점자가 아니면 서류조차 낼 수 없다. 전산직은 이 같은 외국어 점수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우대사항에 토익 950점 이상이 들어 있다. 대학 성적증명서는 물론 고교 학교생활기록부도 내야 한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조건이 너무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올해 3년째 교직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씨(30)는 “많은 학교에서 교직원 채용 시 높은 영어 점수를 원해 간신히 맞춰놨는데 중국어 점수까지 요구해 당황했다”며 “원어민에 가까운 언어 실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대 측은 “외국어에 능통한 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세종대 채용담당자는 “교내 국제교류센터, 국제교육원과 같이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 부서 직원을 뽑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어 이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중국어 능력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해외 유학생 1323명(작년 10월 기준) 중 60%에 가까운 768명이 중국 국적 학생이다. 일반적인 채용 기준으로 공고를 내면 수천명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려 꼼꼼히 선별하기 어렵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19일 정규직 교직원 채용 원서 접수를 마감한 연세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행정관리직으로 공인노무사, 회계사, 건축기사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 한 명씩을 뽑는 데 130여명이 지원했다. 연봉은 3300만원 정도로 관련 업계 평균에 못 미치는데도 지원자가 몰렸다.

지난해 12월 단계별 신입 교직원 채용 전형을 했던 서울대는 서류 마감 결과 73.5 대 1의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동현/마지혜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