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상속은 '상속과 동시에 과세 대상'
상속자 사망시 신탁 깨더라도 세금 내야

"상속 완료된 것 아닌데 과세"
"개인에 세혜택 줄 이유 없어"
[Law&Biz] 상속은 10년 뒤, 세금은 지금? '신탁법 논란'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A씨는 지난해 계약한 유언대용신탁 때문에 딸과 사이가 멀어지고 세금 문제가 생겨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자가 신탁계약을 맺고 자신의 재산을 신탁사에 맡기면 신탁사는 재산을 관리해 주다가 계약자가 사망한 뒤 재산을 배분·관리하는 상품이다.

A씨는 30대 중반의 딸과 20대 후반의 아들이 있다. 그는 은퇴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을 가업 상속을 통해 아들에게 물려주고자 했다. 하지만 이제 갓 20대 후반인 아들이 당장 회사 경영을 맡기는 무리였다. 그는 결국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지분(주식)과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은 자신이 사망할 때까지 받고, 아들이 40세가 되면 자신의 모든 재산이 아들의 소유가 돼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한 조건이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A씨가 신탁계약을 체결하자 이 사실을 안 A씨의 딸 B씨가 격하게 반발한 것이다. A씨의 재산 중 B씨가 가져갈 수 있는 유류분(상속인에게 법으로 보장된 상속재산)이 있기 때문이다. 소송하면 A씨의 신탁계약이 깨질 수 있다.

세금 문제도 얽혔다. 현 세법에 따르면 신탁 재산은 상속과 동시에 과세 대상이 된다. 따라서 A씨가 재산을 당장 아들에게 물려준 것은 아니라도 아버지가 사망하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신탁을 깨야 할 수도 있다. 아버지가 아들 나이 30세에 돌아가셨을 경우 아들은 40세에 받을 재산에 대해 30세에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신탁계약을 둘러싸고 발생한 실제 사례들을 재가공한 이야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산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상속 방식으로 떠오른 유언대용신탁은 유류분과의 충돌, 상속 재산의 과세 시점 등 법적 분쟁의 여지가 많다. 2011년 신탁법 개정으로 유언대용신탁이 도입됐지만 세법은 그에 따라오지 못한 데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해법을 찾기 위해 법무법인 충정이 ‘자산승계 법률연구소’를 설립하고 지난 25일 창립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이준봉 성균관대 교수는 “개인이 체결한 신탁계약을 위해 상속과 연계해 세제 혜택을 줄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수령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신탁 계약 후 상속재산의 소유권은 신탁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상속이 완료된 게 아니다”며 “10년 뒤 받을 재산에 대해 지금 과세했다가 나중에 재산가치가 변하면 세금을 더 내거나 돌려받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