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재명, 송교영, 이한희 교수
왼쪽부터 박재명, 송교영, 이한희 교수
살찐 위암 환자 생존율이 정상 체중이거나 마른 위암 환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체중인 사람이 정상 체중보다 오래 산다는 ‘비만의 역설’이 위암에서도 확인됐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재명, 위장관외과 송교영, 소화기내과 이한희 교수팀이 위절제 수술을 받은 위암환자 1905명의 체중과 수술 결과를 비교했더니 체질량지수(BMI)가 정상보다 높은 과체중 환자는 저체중, 정상체중 환자보다 생존율이 높았다. BMI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BMI 18.5~24.9㎏/㎡를 정상체중으로, 이보다 많거나 적으면 과체중과 저체중으로 분류했다.

일반적으로 비만은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중환자나 만성질환자는 살이 찌면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치료 효과가 좋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위암도 마찬가지였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생존율이 높아졌다. 저체중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9.1%, 정상체중은 74.2%, 과체중은 84.7%였다. 수술 1년 뒤 과체중인 위암 환자는 재발하지 않고 생존할 확률도 저체중이나 정상체중보다 높았다.

송 교수는 “위암 환자는 수술 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체질량지수가 높으면 생존율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암 환자의 수술 전후 영양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을 받거나 항암치료를 하는 위암 환자는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 있다”며 “환자가 좋아하고 즐겨 먹던 음식을 이전처럼 먹도록 가족이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암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암이다. 환자 숫자는 3만여명이다. 위암 환자 대부분이 위를 절반 이상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위절제술을 받으면 이전처럼 많이 먹을 수 없다. 흡수도 되지 않아 환자들이 체중 감소와 영양 결핍을 경험한다.

교수팀은 체질량지수와 생존율 간의 연관관계를 확인하는 후속 연구를 할 예정이다. 연구 결과는 유럽암학회지에 게재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