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장이 환자에게 인공방광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장이 환자에게 인공방광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장은 국내에서 인공방광 수술을 가장 많이 한 의사다. 수술 환자 340여명 중 재수술 환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인공방광 수술에는 보통 8~10시간이 걸렸는데 이 교수는 이를 4시간대로 단축했다. 장시간의 수술을 버티기 어려운 노인과 만성질환자도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방광’ 분야 국내 최고 명의지만 이 교수는 주말에도 회진을 쉬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에도, 1월1일에도 거르지 않고 병원에 출근한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아침에 두 시간 동안 수술한 환자의 경과를 보고 상태를 체크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의사는 서비스맨’이라는 신념이 주말 회진의 원동력이다. 이 교수는 “의사는 환자 스스로 치유되는 것을 돕는 헬퍼(helper)”라며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 교수를 통해 인공방광 수술과 방광암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인공방광 수술은 어떤 수술인가요.

“인공방광 수술은 방광암 등의 이유로 방광을 떼어낸 환자에게 소장을 이용해 새로운 방광을 만들어주는 수술입니다. 원래 이름은 정위방광입니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공방광이라는 말을 만들었죠. 방광암 때문에 방광을 떼어내면 환자는 몸 밖에 오줌주머니를 차야 합니다. 하지만 인공방광 수술을 받으면 오줌주머니를 차지 않아도 됩니다.”

▷인공방광 수술은 환자에게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오줌주머니를 차는 수술은 간편하고 합병증이 없으며 수술 시간이 짧습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환자가 이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몸 밖에 손바닥만한 주머니가 나와 수술받은 환자는 사회생활을 거의 못했습니다. 공중목욕탕에 가지 못하고 샤워를 못해 골프장도 못 갔습니다. 성생활도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비뇨기과에서 유일하게 장애등급을 받는 수술입니다. 자연히 환자 삶의 질도 떨어졌습니다. 인공방광 수술을 받은 환자는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수술했다는 사실을 가족밖에 모르기 때문입니다.”

▷환자에게 편리한 수술이 많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수술이 어렵고 방광이 정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재활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공방광 수술은 암을 제거하면서 요도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비뇨기과 수술 중 가장 어려운 수술로 불립니다. 과거에는 수술 시간이 오래 걸려 합병증이 있는 사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수술받은 뒤 몸 밖으로 빼내는 줄만 6개씩 됐지요. 하지만 수백 건의 수술을 하면서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몸 밖으로 빼내는 줄도 없앴습니다. 고령환자는 물론 만성질환자도 받을 수 있는 수술이 됐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하지 못한 환자 수술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수술이 시너지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4~5년 전 노재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박사가 우리 병원에서 6개월 정도 근무했습니다. 비뇨 병리학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로 꼽히는 분입니다. 초기 방광암 중 일부는 빠르게 번지는 위험한 속성을 가진 것도 있습니다. 노 박사는 암 세포만 보고 이들 암을 정확히 진단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진단을 제대로 받지 못한 환자를 진단하고 수술받지 못한 환자를 수술하다 보니 ‘방광암은 이대’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난해 인공방광 수술을 85건 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단일 기관으로는 아마도 세계에서 제일 많을 것입니다. 올해 100건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위한 홈페이지도 꾸밀 생각입니다. 환우의 밤도 운영해 인공방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방광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장 큰 위험인자는 담배입니다. 국내 방광암 환자 중 7명이 남성인데, 원인은 담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머리 염색약도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5년 염색을 꾸준히 하면 방광암 위험이 3~5배 정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도 방광암 위험 요인으로 꼽힙니다. 따라서 이들 위험 요인에 노출되는 것을 줄여야 합니다. 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약 소변 검사에서 혈뇨 반응이 있으면 꼭 비뇨기과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