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책임진 서울시의회 전향적 태도 변화 주목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인한 서울의 보육대란이 일단 '땜질식 처방'으로 수습되는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이 급한 대로 사립유치원 교사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해 교사 처우개선비 두 달치를 당겨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열쇠를 쥔 서울시의회도 27일까지 서울시교육청의 예산 편성 재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다시 정리해 밝힐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가 사태 해결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미지급으로 당장 사립 유치원 교사 인건비 지급에 차질이 우려되자 전날 긴급 보도자료를 내 "사립 유치원 교원 5천481명에 대한 처우개선비 두달치를 미리 당겨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사립 유치원 교사는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받는 월급과 별개로 교육청으로부터 매달 처우개선비라는 이름으로 월 51만원씩을 지원받았는데, 1~2월 처우개선비(102만원)를 27일에 한꺼번에 조기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처우개선비는 국공립 유치원 교사에 비해 봉급 체계 등이 열악한 사립 유치원 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청이 매달 17일 각 교사의 개인 통장으로 직접 입금하는 돈이다.

따라서 원래 대로라면 1월 처우개선비는 2월17일에, 2월 처우개선비는 3월17일에 지급돼야 하지만 이를 한꺼번에 27일에 당겨 주겠다는 설명이다.

사립 유치원 원장들은 처우개선비 두달치는 교사 봉급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다 어차피 교사 개인 통장으로 입금되는 돈이어서 원장 입장에서 전체적인 유치원비 운영난을 타개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이 돈은 누리과정 지원금과는 완전히 별개여서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더구나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만 지급되기 때문에 돈을 받은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간 위화감도 조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치원총연합회는 교육청의 이러한 '땜질식' 대책에 항의하기 위해 26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의회가 예산권을 틀어쥔 상황에서 코앞에 닥친 교사 인건비 체불을 막아 보기 위한 최선의 카드를 쓴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02만원이 교사 월급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단 급한 대로 지원을 하면 그만큼 유치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므로 나머지 액수는 원장들이 채워서 봉급을 지급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담임교사들에게만 돈이 지급돼 교사들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교사가 총 5천800여명 정도 되는데 이중 5천481명에게 지원하는 것이므로 대부분이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서울시의회가 사태 해결을 위한 다소 전향된 입장을 내보일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의 내부 유보금으로 돌려진 올해 1년치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교육청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한 올해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다시 해 달라고 시의회에 요청해왔으나 의회는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서울시의회는 이에 대한 내부 의견을 정리해 27일까지 유치원연합회 측에 알려주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장의 보육대란을 피하기 위해 의회가 일단 한두달치라도 예산을 풀어줄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