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50시간 항공기 운항 중단…울릉 등 전국 바닷길 통제
저체온증 등 최소 6명 숨져…곳곳서 동파 피해·비닐하우스 붕괴


북극에서 밀려온 한파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어 최소 6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동파 등 시설물 피해도 속출했다.

폭설과 기상 악화로 하늘길과 바닷길도 막혀 섬 체류객과 주민들은 발을 굴러야했다.

◇ 하늘길·바닷길 막혀 '발 동동'

제주 전역에 몰아닥친 한파와 폭설, 강풍으로 25일 사흘째 섬이 완전히 고립됐다.

지난 23일 오후 5시부터 이날 오후 8시까지 50시간 동안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1천200여편의 운항이 취소돼 약 9만명의 발이 묶였다.

제주공항 사태로 전국 공항에서도 무더기 결항이 이어졌다.

사흘간 막혔던 제주 바닷길은 이날 오후부터 해상 기상상황이 좋아지면서 여객선 운항이 재개된다.

그러나 경북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은 벌써 8일째 중단돼 울릉주민 1천여명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풍랑주의보는 해제됐지만 정기여객선은 운행을 재개하지 못했다.

인천과 서해 5도를 잇는 여객선 일부도 사흘째 발이 묶여 있다.

인천∼백령, 인천∼연평 항로를 제외한 나머지 8개 항로는 이날 오전 5시 서해중부앞바다 풍랑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정상화됐다.

목포·연수·완도 등을 오가는 55개 항로 여객선 92척도 전면 통제됐다.

◇ 한파 속 저체온증 등으로 최소 6명 숨져

올겨울 들어 최저기온을 기록한 지난 주말 이후 전국에서 저체온증 등으로 최소 6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파지를 줍다가 길에서 숨진 노인과 추위에 길에서 신음하다가 사망한 노숙인 등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 24일 오전 7시께 대구 달서구의 한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파지를 줍던 노인(67)이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오후 4시 45분께 부산 기장군의 한 농장 내 컨테이너에서 유모(7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기장판 이외에 난방시설이 전혀 없이 지내다가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경기도 남양주시내 한 주택에서도 35세 여성이 실내온도가 2도까지 떨어진 방 안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알코올 중독치료를 받아온 이 여성은 이날도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3일 오후 9시 55분께에는 부산 서구 충무동 물양장 공영화장실 앞에서 노숙인 김모(47)씨가 신음하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같은 날 오전 8시 25분께 경북 의성군 한 논에서 치매 노인(77)이 동사했고 오후 2시 20분께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60대 운전자가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을 밀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 수도관·계랑기 동파 등 피해 속출…일부 개학 연기

영하 20도에 가까운 한파가 며칠째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계량기 동파와 비닐하우스 붕괴 등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수도권 등 중부에서는 주택의 수도계량기 동파가 속출, 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3일부터 이날 새벽 5시까지 서울 1천36건, 인천 767건, 경기 564건, 충남·북 126건 등 3천3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 충주시에서는 102가구 300여명이 사는 종민동 2통 지역의 상수도 배관이 얼어붙어 지난 22일부터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21가구 50여명이 사는 신니면 모남리 도원마을에도 지난 24일부터 수도 배관이 터져 수돗물이 끊겼다.

전남지역에서는 지난 24일 낮 12시 40분께 화순군 북면 백아산 자연휴양림 입구에 폭설로 도로가 결빙돼 차량 5대가 고립됐다가 긴급 제설작업으로 7가족 21명이 구조됐다.

또 장성 11개 동·영광 1개 동 등 비닐하우스 시설물 피해가 발생하고 화순·영광·함평에서 축사가 폭설로 무너져 가축 70여마리가 대피했다.

전날 30㎝ 안팎의 눈이 내린 정읍, 순창, 부안, 김제, 고창 등에서는 비닐하우스 21동이 무너졌다.

제주섬 전역의 폭설과 강풍으로 김녕초, 김녕초 동복분교장, 강정초 등 이날 개학이 예정됐던 초등학교 3곳이 폭설과 강풍으로 임시휴교하고 오는 26일 개학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강종구 공병설 권숙희 김선호 김은경 김진방 박철홍 임상현 임채두 조정호 장아름 전지혜 최수호)

(전국종합=연합뉴스)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