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는 과학자보다 비즈니스맨에 가깝다.”

권문식 현대·기아차 부회장 "엔지니어는 과학자보다 비즈니스맨에 가까워야"
현대자동차그룹에서 25년간 연구개발(R&D)에 몸담아온 권문식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사진)이 엔지니어에 대해 내린 정의다. 권 부회장은 최근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의 입사 5~10년차 젊은 연구원 모임인 ‘R&D 영보드’와 만나 “불확실성이 높고 예측이 어려운 21세기에서 엔지니어가 키워야 할 덕목과 소양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권 부회장은 “과학자는 예술가와 같고, 비즈니스맨은 디자이너와 비슷하다”며 “예술가는 자신만 만족하면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디자이너는 고객이 원하는 것에 대해 최적의 결과를 제시하는 게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이어 “기술을 깨우치는 데 멈추지 말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가 잘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은 현대차그룹 공식블로그(blog.hyundai.co.kr)에 24일 게재됐다.

현대차가 지난해 ‘N브랜드’를 공개하며 개발에 나서고 있는 ‘고성능차’가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는 “고성능차는 자동차사업의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 집약체”라며 “수준 높은 고성능차 기술을 통해 회사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연구개발본부장으로서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자 “매일 업무를 끝내고 1시간씩 공부하며 생소한 분야의 용어와 흐름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비전공 분야를 이해할 수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시도 내릴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 부회장은 이어 “자신의 분야에 열심히 몰두하면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도전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타 사업부문과의 원활한 협력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엔지니어 업무의 절반은 자신이 낸 의견이 실현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는 일”이라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도 엔지니어가 노력해야 할 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최근 연구원 후배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남양연구소에서도 연구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한정된 연구인력으로부터 최상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직접 만나는 방법 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연구원의 사기를 북돋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독일 아헨공대 공학 박사 출신인 권 부회장은 1980년부터 1986년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6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산업기술 분야 세계 최고의 연구소로 꼽히는 독일 프라운호퍼에서 일하기도 했다. 1991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케피코, 현대오트론을 거쳐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