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한노총, 국민여망에 찬물"…野 "정부 먼저 타협 위반"
여야 강경 대치…환노위 노동개혁법안 논의도 '올스톱'


한노총이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하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노동개혁 법안 처리 전망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대국민담화에서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법)을 제외한 4개 노동개혁법안 우선 처리를 정치권에 주문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여야간 노동개혁법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그동안 여권은 '노동개혁 5개법안 일괄처리'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박 대통령이 야당에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함으로써 협상에 숨통을 터 준 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한노총이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정부의 양대 지침 추진에 반발, 노사정 합의 무효를 선언하고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발표하면서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여당은 그동안 야당에 노사정 합의를 근거로 내세워 노동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해왔다.

'9·15 노사정 합의'는 지난 1년간 노사정이 숙고와 협의를 거쳐 일군 소중한 결과물인데, 야당이 노동개혁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건 노사정 대타협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처럼 여당의 대(對)야 설득 근거가 돼왔던 노사정 합의가 깨지면서 여야 간 노동개혁 법안 협상의 동력이 떨어지고, 여야 관계도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노총의 노사정 합의 무효 선언 이후 여야 대치는 가팔라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0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한노총이 "노동개혁 성공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 찬물을 끼얹어 안타깝다"고 말했고, 원유철 원내대표도 마이크를 이어받아 "참으로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노동개혁 법안 협상을 담당하는 여당 핵심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문제 삼는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법)과 관련, "지난달 여야 '릴레이 협상' 때 대기업 사내하도급과 협력업체를 파견 허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야당이 거부했다"며 "여기서 더 양보한다면 법을 만들 이유조차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반면 더민주는 노사정 합의 파기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날을 세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개혁 법안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악화시킬 거란 야당과 노동계의 비판에도 정부는 마이동풍"이라며 "정부가 먼저 노사정 대타협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노사정 합의 사항과 무관한 노동악법을 생뚱맞게 들이밀며 노사정 합의를 무시하고 기만했다"며 "여전히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부·여당의 뻔뻔함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노동개혁 법안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논의도 '올스톱'됐다.

지난 11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만나 환노위를 포함한 여야 쟁점법안 관련 상임위를 전면 재가동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환노위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소집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