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삼(海蔘)
해삼은 횟집에선 요리 취급도 못 받는다. 따로 주문하면 멍게와 개불을 같이 올려 접시에 수북이 담아 나온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값도 싸다. 그렇지만 중국집에 가면 대우가 확 달라진다. 해삼탕은 언제나 ‘시가’로 팔린다. 그만큼 비싸다는 의미다. 그래서 주문하는 사람이 많지도 않다.

중국인들은 해삼 요리를 최고로 꼽는다. 흔히 남삼여포(男蔘女鮑)라고 부른다. 남자에겐 해삼이, 여자에겐 전복이 좋다는 뜻이다. 여기에 상어지느러미를 더해 삼보(三寶)라고 한다. 몸에도 좋고 맛도 최고인 보물 같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해삼이 중국에서는 이름 그대로 ‘바다의 인삼’ 대우를 받는다.

고급요리답게 가격도 비싸다. 중국인들은 말린 건해삼을 상등품으로 치는데, 건해삼 한 마리가 기본인 요리가 수십만원을 넘기도 한다. 최근 수년 사이엔 고급 해삼요리 수요가 크게 줄었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사정 바람이 불면서 고급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비싼 요리를 메뉴에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해삼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잡히거나 생산되는 해삼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중국 해삼 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미 20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

해삼의 구체적 효능과 성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해삼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뤄져 있고 칼로리는 낮지만 철분 콜라겐 등 성분이 많아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들에게 좋다. 해삼 속에는 홀로톡신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인삼을 이루는 사포닌의 일종이다. 성분 분석을 해보지도 않고도 ‘바다의 인삼’이라 불렀던 옛사람들의 지혜가 놀라울 뿐이다.

해삼은 여러 나라에서 잡히지만 찬 바닷물에서 자란 것을 비싸게 쳐준다. 일본산, 그중에도 홋카이도 해삼이 최상품이다. 중국 다롄 지역, 일본 간사이지역에서 잡힌 것도 상품으로 꼽힌다. 더운 아열대 지방 바다에서 잡힌 것은 하품으로 친다. 해삼 품질은 몸통에 울퉁불퉁하게 솟은 돌기가 결정하는데 영양분이 여기 몰려있고 맛도 좌우한다. 더운 지방 해삼들은 돌기가 없고 식감도 푸석푸석해 맛이 떨어진다.

경남 충남 전남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중국 수출을 위해 해삼 양식에 본격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돌기도 뚜렷하고 뽀드득 씹는 맛이 일품인 게 한국 해삼이다. 세계적인 명품 해삼이 못 될 것도 없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