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과대학이 올해 1학기부터 학생들의 창업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전국 92개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창업대체학점제’를 서울대가 도입하는 것이다.

서울대 공대는 기업 인턴십 등을 나가는 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공학지식의 실무응용’ 과목에 창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추가하기로 했다. 학생 창업가들은 이 과목을 수강하면 3학점을 취득할 수 있어 휴학하지 않더라도 창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

서울대 공대가 창업대체학점제를 도입한 배경에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에 뛰어든 학생들의 간절한 요청이 있었다. 모바일 인테리어 정보 공유 스타트업인 버킷플레이스를 창업한 이승재 대표(29·화학생물공학부 4년)는 학교 측에 제도 도입을 제안하고 끈질긴 설득으로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단독] 서울대 공대도 창업하면 학점 인정
2010년 창업에 나선 이승재 대표(사진)는 2011년 태양광을 활용한 친환경 쓰레기통 제조업체 이큐브랩을 세운 데 이어 2013년에는 버킷플레이스를 창업해 서울대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버킷플레이스가 운영하는 모바일 인테리어 정보 공유 앱(응용프로그램) ‘오늘의 집’은 1월 현재 이용자 수 4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찌감치 잠재력을 인정받아 2013년 다음 공동창업자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로부터 각각 5000만원을 투자받았다. 지난해에는 SK플래닛의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사무실 제공 등 지원도 받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이 대표가 갑자기 고민에 빠진 것은 작년 8월, 더 이상 휴학을 신청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였다. 오랜 창업 활동으로 이미 휴학 시한인 3년을 다 채운 이 대표는 서울대에서 제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올해 1학기에 복학해야 했다. 이 대표는 “작년에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이용자 수를 확보한 만큼 올해부턴 수익모델을 정착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었는데 휴학을 더 이상 못 한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이 대표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교육부가 2014년 마련한 ‘창업친화적 학사제도 지침’이었다. 지침에는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창업대체학점제를 도입해 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됐다. 서울대 공과대학에는 이 대표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만 10여명에 달했다. 그는 그 길로 안경현 공대 교무부학장을 찾아가 창업대체학점제 도입을 간청했다. 공대는 이를 수용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