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공대도 창업하면 학점 인정
서울대 공대는 기업 인턴십 등을 나가는 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공학지식의 실무응용’ 과목에 창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추가하기로 했다. 학생 창업가들은 이 과목을 수강하면 3학점을 취득할 수 있어 휴학하지 않더라도 창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
서울대 공대가 창업대체학점제를 도입한 배경에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에 뛰어든 학생들의 간절한 요청이 있었다. 모바일 인테리어 정보 공유 스타트업인 버킷플레이스를 창업한 이승재 대표(29·화학생물공학부 4년)는 학교 측에 제도 도입을 제안하고 끈질긴 설득으로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2010년 창업에 나선 이승재 대표(사진)는 2011년 태양광을 활용한 친환경 쓰레기통 제조업체 이큐브랩을 세운 데 이어 2013년에는 버킷플레이스를 창업해 서울대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버킷플레이스가 운영하는 모바일 인테리어 정보 공유 앱(응용프로그램) ‘오늘의 집’은 1월 현재 이용자 수 4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찌감치 잠재력을 인정받아 2013년 다음 공동창업자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로부터 각각 5000만원을 투자받았다. 지난해에는 SK플래닛의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사무실 제공 등 지원도 받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이 대표가 갑자기 고민에 빠진 것은 작년 8월, 더 이상 휴학을 신청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였다. 오랜 창업 활동으로 이미 휴학 시한인 3년을 다 채운 이 대표는 서울대에서 제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올해 1학기에 복학해야 했다. 이 대표는 “작년에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이용자 수를 확보한 만큼 올해부턴 수익모델을 정착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었는데 휴학을 더 이상 못 한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이 대표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교육부가 2014년 마련한 ‘창업친화적 학사제도 지침’이었다. 지침에는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창업대체학점제를 도입해 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됐다. 서울대 공과대학에는 이 대표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만 10여명에 달했다. 그는 그 길로 안경현 공대 교무부학장을 찾아가 창업대체학점제 도입을 간청했다. 공대는 이를 수용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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