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첫 형사 공판…할머니들 "이 땅에 살 자격 없다" 비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59) 세종대 교수는 20일 "재판부에 사명감과 정의감이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하현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전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13년 8월 펴낸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 매춘부', '군인의 전쟁 수행을 도운 애국처녀' 등으로 표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열린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그는 이날 "또 다른 판결을 재판부가 내리려면 이 사건에 대한 관심과 사명감, 정의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재판부에) 이것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법정을 나서고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 20여년간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은 지원단체를 통한 정보에 의존해 왔다"면서 "사죄와 보상을 둘러싸고 일본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못했는지에 대한 단일한 생각만 (한국 사회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그는 "'다른 생각'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봤으면 한다"면서 "토론을 통해 여러분들이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원을 찾은 위안부 할머니 2명도 공판이 끝나고서 취재진에게 명예 회복을 위해 박 교수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인화(89) 할머니는 "재판이 열리기 전에 박 교수가 '일본의 높은 사람들에게 가서 20억원을 받아다 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느냐'며 회유를 시도했다"면서 "박 교수는 한국 땅에 살 자격이 없는 여자"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공판에서 박 교수 변호인은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을 뿐이다.

허위사실을 적시한 사실이 없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책을 쓴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형법은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되더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과 박 교수 측이 추가로 제출할 증거를 검토한 뒤에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하게 된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9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