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설악산에 몰아친 매서운 한파로 중청대피소로 피신한 조난객이 고립된 지 40여 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강원도 소방본부는 20일 오전 7시 35분께 헬기를 이용해 1시간에 걸쳐 총 4차례의 왕복 끝에 저체온증으로 숨진 김모(60)씨를 포함한 조난객 9명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6명, 특수구조단 산악구조대원 3명을 구조했다.

조난객들은 가까운 속초의료원에서 동상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대부분 얼굴과 손에 동상을 입었으나 가벼운 정도로 치료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행 2명과 함께 설악산을 찾았다가 저체온증으로 안타깝게 숨진 김모(60)씨의 시신은 속초의료원에 안치됐다.

부상이 심하지 않은 조난객 5명은 탐방로를 따라 하산했다.

이들은 설악산 등반을 많이 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바람에 날아가지는 않을까' 가드레일을 잡고 버텼다는 한 조난객은 "구조대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라고 당시의 아찔한 상황을 전했다.

숨진 김씨의 일행 중 한 명은 "대피소까지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일행이 보이지 않아 되돌아가 보니 쓰러져 있어 긴급출동한 구조대와 함께 응급조치를 했다"라며 "평소 등산을 많이 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강풍으로 헬기가 뜨지 못하면서 이들은 구조의 손길만을 애타게 기다려야 했다.

중청대피소 한 직원은 "고립 초기에는 동상에 걸린 탐방객들이 초조해했지만, '걱정하지 말라, 날씨가 곧 좋아질 거다,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라는 등의 말로 탐방객들을 안정시켰고 큰 동요 없이 차분히 구조를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최강 한파'가 불어닥친 설악산 정상 일대는 낮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고 초속 30m의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질 정도였다.

조난객을 구조하러 나선 구조대원들이 얼굴에 동상을 입을 정도로 그야말로 '혹한과의 사투'였다.

구조대원들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7명도 얼굴에 동상 증세가 나타나 강릉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갑작스런 한파에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오전 11시에 입산을 마감하고 통제했으나 탐방객 중 1명이 숨지고, 1명이 구조되는 등 총 14명의 등산객이 고립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기온이 급강하하고 한파특보가 발효됨에 따라 19일부터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등 3개 국립공원의 입산을 통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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