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받다가 다친 적도 있지만 병원 간 적 없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30대 남성이 자신도 어머니에게 심한 체벌을 자주 받았다고 주장, 자녀 학대가 대물림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2012년 초등학생 1학년 아들 A군의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냉동보관한 혐의로 구속된 B(34)씨는 경찰의 범행심리분석 조사에서 자신도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은 '2012년 10월 아들을 욕실로 끌고 가다가 아들이 넘어져 다쳤는데도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다가 한 달 뒤 숨지도록 방치했느냐'고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B씨는 "나도 어머니에게 체벌을 받다가 다친 경우도 있지만 병원에 간 적은 없다"며 "아들이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B씨가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기 위해 이런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실제로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18일 보도자료에서 "A군 부모는 모두 성장기에 방치와 방임으로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고립된 삶의 형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적인 자녀관이 형성돼 있지 않아 피해 아동이 주의력결핍과잉 행동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자 아동에 대한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자인 부모가 자신도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달 인천에서 발생한 '11살 16kg 소녀 학대사건'의 아버지(32)도 경찰의 심리분석조사에서 "어릴 때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4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특성 중에서는 '양육지식·기술 부족, 부적절한 양육태도'가 1천262건(33.2%)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로부터 잦은 학대를 받은 아동은 나중에 부모가 돼도 올바른 양육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 학대 행위자들을 면담해보면 결국 어린 시절 학대를 당했다는 진술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훈육법을 체화하게 되고 이후 부모가 돼서도 자녀에게 자신이 배운 훈육법을 그대로 대물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최은지 기자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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