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보관한 혐의를 받는 A(34)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자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보관한 혐의를 받는 A(34)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자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범죄심리 분석서 이기적 성향, 미숙한 자녀양육 형태 등 확인
경찰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 검토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해 냉동 보관한 아버지(34)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도 어렸을 때부터 친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수년간 집 냉장고에 보관해온 부모에 대해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구호조처 등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8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A군(2012년 당시 7세)의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친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고 다친 경우도 있었지만 병원에 간 적은 없었다"면서 "아들이 숨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을 투입해 A군 부모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A군 아버지가 초등학교 3년학년 때부터 홀어머니 아래서 과도한 '경제적 가장'의 역할을 요구 받으며 자란 것으로 분석했다.

A군 어머니는 부모는 있지만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임 상태에서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모두 방치와 방임 등의 성장기를 거친 특징이 있고,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고립된 삶을 산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 모두 자녀에 대한 정상적인 자녀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A군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들에 대한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A군 부모의 범행이 사이코패스적 성향 보다는 극단적인 이기적 성향, 미숙한 자녀양육 형태, 경제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이유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면 상습폭행 혐의가 드러나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면서 "사체가 부패되면 냄새가 날 것 같아 냉동보관했고 일정기간 지나면서 발각되지 않아 무뎌지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런 진술의 신빙성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숨진 A군의 과거 병원 진료기록을 확보해 폭행이나 학대와 관련해 치료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A군의 부모는 모두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아버지가 반복적으로 체벌한 사실을 시인한 상태다.

그는 아내가 경찰서에 출석하자 체포시 대응요령 등에 대한 인터넷 검색 결과를 보내줬으며 경찰은 증거 인멸 여부와 기존 진술의 신빙성 등에 대해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A군 아버지는 이날 오후 3시께 부천 원미경찰서에서 진술녹화 조사를 받던중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긴급출동한 119 구급대원의 응급조치를 받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범죄 노출 위험성이 또 한번 확인된 전국의 장기결석 초등생 가운데 학대가 의심되는 8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들 결석생이 학교에 장기간 나오지 않은 사유가 불분명하고 제대로 된 재택교육도 이뤄지지 않는 만큼 부모를 상대로 학대나 '교육적 방임'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법원은 부모가 모두 구속돼 홀로 남겨진 A군의 여동생(10)에 대한 친권행사를 이날 모두 정지하고 인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을 임시후견인으로 지정했다.

법원은 "부모가 구속돼 임시보호명령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피해아동보호명령 결정 전까지 이들 부모의 친권행사를 정지한다"고 설명했다.

부천시는 2012년 A군이 다니던 초등학교로부터 장기결석 중인 A군의 소재를 파악해 달라는 요청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심곡3동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부천연합뉴스) 신민재 최은지 기자 s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