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보관한 혐의를 받는 A(34)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자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보관한 혐의를 받는 A(34)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자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A군 사망 시점·시신 훼손 이유 등 여전히 '안갯속'
경찰, 프로파일러 투입해 범죄행동분석


초등학교 장기결석아동이 심하게 훼손된 냉동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엽기적인 사건의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의문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숨진 A군(2012년 당시 7세)의 부모가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진술 내용과 정황 만으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수두룩하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A군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2012년 4월 이후 행적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 데다 훼손된 시신만 발견됐을 뿐 뚜렷한 사망 원인이나 피살됐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아버지 B(34)씨의 진술을 토대로 A군이 2012년 11월 초순께 숨졌을 것이라고 추정만 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는 한편 숨진 A군이 부모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 A군은 언제 숨졌나?
A군은 2012년 3월 경기도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두달 만인 4월 30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후 다른 학교에도 다니지 않았다.

A군이 결석하기 시작한 시점과 아버지 B씨가 진술한 A군의 사망 시기(2012년 11월 초) 사이에는 6개월가량의 공백이 있다.

그 사이에 학교를 비롯한 교육 당국이 A군의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행적을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아버지 B씨는 경찰에서 "2012년 10월 초 평소 목욕을 싫어하던 아들을 씻기려고 욕실에 강제로 끌고 들어가다가 아들이 앞으로 넘어져 의식을 잃었다"며 "아들이 깨어났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한 달간 방치했고 같은해 11월 초 숨졌다"고 진술했다.

A군이 학교에 한달 넘게 무단결석하자 해당 초등학교는 2012년 5월 9일과 18일 2차례에 걸쳐 A군의 집에 출석 독려장을 보냈지만 모두 반송됐다.

담임교사와 1학년 부장교사가 그해 6월 11일 부천의 A군의 집을 찾아갔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학생이 왜 학교에 나오지 않느냐'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에도 어머니 C(34)씨는 답장하지 않았다.

당시 C씨는 "직장에서 전화받는 일을 하고 있어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친아버지는 왜 아들의 시신을 훼손했나?
A군의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운동용 가방 2개에 나뉘어 담긴 채 15일 경찰에 발견됐다.

부모 모두 친부모이고 시신을 훼손한 사실을 인정한 아버지 B씨도 정신병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끔찍한 범행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욕실 바닥에 넘어져서 다쳤다'는 B씨 진술대로 A군이 사고로 숨졌다고 가정하더라도 한 달이나 병원 치료를 하지 않고 집에 방치해 숨지게 했다는 점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 뒤에도 사망 신고는 커녕 시신을 훼손해 집 안 냉장고에 몇 년씩 보관한 점은 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 아내와 딸과 함께 사는 집에서 아버지 B씨가 흉기로 아들의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했다는 경찰의 설명도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얘기다.

B씨는 2013년 3월께 부천에서 인천으로 이사할 때도 훼손한 시신을 그대로 가져가 냉동 보관하는 엽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처벌이 두려웠던 B씨가 범행을 들키지 않으려고 시신을 몰래 보관했다고 추정할 수 있지만 다른 곳이 아닌 집 안에서 아들의 시신을 '냉동 보관'한 행동도 경찰이 풀어야할 미스터리다.

경찰은 "B씨가 시신을 냉동 보관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진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16일 경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 소속의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2명을 수사에 투입해 A군 부모를 상대로 범죄행동분석을 실시했다.

◇ 시신 일부는 어디에…꼬리 무는 의문점
A군의 시신 일부가 발견되지 않은 점도 경찰이 수사에서 풀어야할 대목이다.

아버지 B씨는 범행이 들킬까봐 15일 인천 지인의 집에 A군의 시신이 든 가방을 옮겼고 경찰은 이 가방을 조사한 결과 시신 일부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신을 자신의 집 안에서 훼손했다는 B씨의 진술에 따르면 시신 일부만 바깥으로 운반하거나 유기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부부가 A군의 여동생인 딸은 학교에 제대로 보냈고 주위 사람들이 볼 때 별다른 문제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왜 유독 아들에게만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의문이다.

A군의 여동생이 다니는 인천 모 초등학교 관계자는 "교사들이 2014년 입학한 A군의 여동생에게서 지난 2년간 학대나 구타 등 범죄피해의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고 특이한 점도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C씨는 남편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사실을 알고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딸의 육아 문제가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부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cham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