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출입국사무소 10명뿐…다른 지역 인력까지 동원 예정
대형 크루즈선 대는 감만부두에 심사장 건물 없어 어려움 가중

올해 부산을 찾는 외국 크루즈선이 급증함에 따라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진땀을 흘리게 생겼다.

아시아 최대인 퀀텀 오브 더 시즈호(16만8천700t) 등 26척의 크루즈선이 226회에 걸쳐 45만여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올해 부산항에 기항할 예정이다.

지난해 21척이 15만여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71회 입항한 것에 비하면 입항횟수는 3.3배, 관광객 수는 2.7배에 이른다.

이처럼 크루즈 관광객이 갑자기 늘어나다 보니 입국심사를 위한 인력과 시설이 미처 따라주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크루즈선은 입항 후 떠날 때까지 보통 8∼9시간을 머무는데 입국심사, 버스 승하차 시간 등을 고려하면 승객들이 시내 관광과 쇼핑에 쓸 수 있는 것은 4∼5시간에 불과하다.

입국심사가 늦어져 관광과 쇼핑 시간이 줄어들면 승객들이 불만을 느끼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산항에 크루즈가 입항했을 때 입국심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부산출입국사무소의 전담 직원은 10명.
2천∼3천명가량 탄 중소형 크루즈선은 이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지만 승객만 5천명을 넘는 퀀텀호와 같은 대형 크루즈선이 입항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세계적으로 크루즈선 입국심사 시간은 2시간 30분을 넘기지 않는 게 관례이다.

이를 지키려면 최소 20명은 필요해 부산사무소는 다른 부서 직원들까지 동원해 입국심사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문제는 올해 2∼3척이 동시에 입항하는 날이 44일이나 된다는 것이다.

5월부터 9월 사이에 동시 입항하는 날이 몰려 있는데다 크루즈선들이 1∼2시간 간격으로 부두에 접안하기 때문에 입국심사 부담이 더욱 크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3척이 입항한 날 인력 부족으로 1척을 심사하는 동안 나머지 2척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기면 승객들이 사실상 관광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출입국사무소 측은 여러 척이 입항하는 날에는 자체적으로 가용한 인력을 모두 동원하고 그래도 부족한 인력은 울산과 창원 등 인접한 지역 사무소의 지원을 받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하지만 여러 척이 동시에 입항하는 시기에 다른 사무소 인력 지원이 여의치 않거나 심사인력들의 피로가 쌓여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외국 크루즈선의 부산 기항이 더욱 늘고, 국적 크루즈선까지 출범하면 출입국심사 인력 부족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인력부족과 더불어 입국심사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부산출입국사무소는 지적했다.

현재 부산항에서 크루즈선이 접안하는 장소는 영도구에 있는 동삼국제크루즈터미널, 북항 재개발지역에 있는 새 국제여객터미널, 남구 감만컨테이너부두 등 3곳이다.

동삼크루즈터미널은 8만t급인 수용능력을 22만t급으로 확충하는 공사가 하반기부터 시작되면 당분간 사용하지 못한다.

퀀텀호 등 선박의 수면 위 높이가 60m에 달하는 대형 크루즈선은 부산항대교를 통과하지 못해 감만부두를 주로 이용하는데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장소이다 보니 심사장으로 사용할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배에 직접 올라가서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 승객과 선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입국심사를 하고 있다.

전용망을 갖춘 심사장보다 자료를 올리고 내려받는 속도가 많이 느려 입국심사에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고 승객들을 통제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다.

올해 부산에 오는 크루즈선 가운데 25% 정도가 감만터미널을 이용할 예정이다.

출입국사무소는 감만터미널에 심사장으로 사용할 임시건물이라도 지어달라고 부산항만공사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감만부두 등 북항의 4개 컨테이너부두 운영사를 하나로 통합하고 나서 선석을 조정하는 작업이 끝나야만 건물을 지을 장소를 확보할 수 있어 올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