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급성장한 토종 운동화 브랜드 스베누가 납품업체 대금 미지급으로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경찰이 스베누 대표에 대한 사기 혐의에 대해 신중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다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어 이번 사태의 파장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경찰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와 마포경찰서는 황효진(28) 스베누 대표에 대한 사기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대금을 못 준 것인지, 혹은 미필적 고의처럼 돈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납품을 받은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수사중"이라며 "이는 여러 자료를 검토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스베누 협력업체 H사는 스베누로부터 200억원에 달하는 신발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황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H업체는 지난해 4월까지 108억원을, 그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추가로 92억여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 역시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를 갚을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금 흐름에 대한 서류와 재고 상태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스베누의 자금 담당자 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달 중순께 수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 상황을 초래하기까지 스베누 측이 '고의성'을 갖고 있었는지 판단하려면 수사는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화·유통업계에서는 스베누가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과 브랜드 확장으로 위기를 맞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 출신인 황 대표는 2012년 온라인 신발 판매를 시작한 뒤 2014년 정식으로 스베누를 론칭했다.

선명한 색감과 특이한 디자인으로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스베누는 송재림·아이유·AOA 등 최정상급의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고 스타크래프트 등 e스포츠를 후원했다.

특히 인기 텔레비전 드라마와 유명 연예인에게 협찬 공세를 하는 등 론칭한지 1년여밖에 안된 신생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황 대표가 20대의 청년 사업가라는 점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디자인 표절 논란이나 세탁하면 염료가 빠진다는 이염 논란이 있었지만 토종 운동화 브랜드라는 상징성과 청년 사업가의 성공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이런 논란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어 광고 효과는 물론 소비자 신뢰도까지 높였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마케팅에 과도하게 힘을 쏟고 매장을 늘리는 동안 회사의 자금 흐름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협력업체와의 납품대금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와 거래할 때는 당연히 외상매출채권이 발생하지만 물건을 팔아 받을 돈과 납품업체에 줄 돈 등 자금의 흐름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어느 순간에 (납품대금 지급 여력에 대한)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납품대금 미지급으로 협력업체 역시 어려움에 부닥쳤고 스베누 신발을 헐값에 판매하는 이른바 '땡처리' 매장과 정상가로 판매하는 대리점간의 갈등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고속 성장하는 토종 브랜드에 기대를 걸었던 영세 납품업체와 대리점주 등이 피해를 떠안게 된 셈이다.

스베누는 황 대표 명의의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를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스베누 관계자는 "세간에 알려진 내용 가운데 다소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이런 점들을 정리해 한꺼번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주께 기자간담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