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메르스 감사 결과 발표…문형표 책임문제 거론안해
보건당국 안이한 대응과 무능이 빚어낸 인재(人災) 결론
"삼성병원 확진자 90명 중 40명은 접촉사실조차 파악못해"
감사원, 복지부에 삼성서울병원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요구

지난해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무능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입증됐다.

특히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90명 가운데 40명에 대해서는 메르스 환자를 접촉했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4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질본)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총 39건의 문제점을 적발해 징계 8건, 주의 13건, 통보 18건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질본 12명, 복지부 2명과 보건소 직원 2명 등 총 16명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에 대한 책임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사퇴했고,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병국 전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해 해임을 통보한 것을 비롯해 중징계 대상은 복지부 1명, 질본 8명 등 9명이다.

감사 결과를 보면 질본은 2013년 7월∼2015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8차례에 걸쳐, 국내 전문가로부터 2차례에 걸쳐 메르스 연구·감염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듣고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지난 2014년 7월 메르스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리 대상을 환자와 2m 이내의 거리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으로 지나치게 좁게 설정해 상당수가 메르스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같은 허술한 '매뉴얼'로 인해 평택성모병원 엘리베이터에서 1번 환자와 접촉한 환자 등 48명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됐다.

여기에 질본은 지난해 5월18일 강남구 보건소로부터 1번 환자에 대한 신고를 받고도 34시간 검사를 지체했고, CCTV를 통해 1번 환자가 병실 밖에서 많은 사람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방역망을 병실로 한정한 채 역학조사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1번 환자와 접촉한 14번 환자 등이 관리대상에서 빠진 채로 삼성서울병원 등으로 이동했고 대규모 3차 감염 환자 발생의 원인이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지난해 5월28일 초기 방역망이 뚫렸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열흘이 지난 6월7일이 돼서야 병원명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사태를 더욱 키웠다.

특히 81명을 감염시킨 14번 환자에 대한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5월31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로부터 14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의 명단을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고 이틀이 지난 6월2일이 돼서야 명단을 제출했다.

또 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명단을 받은 뒤 닷새가 지난 6월7일에야 보건소에 명단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후속조치는 일주일 지연됐고, 결과적으로 4차 감염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복지부를 상대로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과징금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대책본부는 또 삼성서울병원에서 제출한 접촉자 명단에 보호자 등이 누락됐는데도 추적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삼성서울병원 확진자 90명 가운데 40명이 접촉자로 파악조차 안 된 상태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