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없는 겨울, 건조특보로 산불 '비상'

강원 영동지방에 눈 없는 겨울이 이어지며 관련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3일 강원지방기상청과 영동지역 자치단체에 따르면 해마다 많은 눈이 내렸던 강원 영동지방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산간 일부를 제외한 해안지방은 눈이 내리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12월27일 강릉 해안에 적은 양의 눈이 내린 것을 제외하고는 적설량이 기록되지 않고 있다.

영동지방의 폭설은 북동기류와 태백산맥에 의한 지형적인 영향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 겨울에는 이 같은 기압배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원 영동지방은 지난해 12월28일 발표된 건조특보가 대부분 지역에서 이어지는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산불발생을 우려한 산림 당국은 산불감시 요원을 가동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용품과 제설장비 판매업소도 울상이다.

눈을 대비해 스노타이어와 체인 등을 준비했으나 눈이 내리지 않는 날씨 때문에 이를 처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길에서 발생하는 접촉사고도 없어 경정비 업체의 정비 건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눈 삽과 염화칼슘 제설장비를 파는 철물점 등도 올해는 아직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속초시 교동에서 정비업소를 운영하는 최모(43)씨는 "눈을 대비해 확보해 놓은 스노타이어와 체인이 그대로 남아 있다"라며 "눈이 좀 내려줬으면 좋겠다"라고 울상을 지었다.

슬로프를 유지하기 위해 인공눈을 만들어야 하는 스키장도 제설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으로 말미암아 눈 없는 겨울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이러다 보니 일부 스키장은 슬로프 전부를 개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강추위와 함께 적당한 눈이 내려줘야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황태덕장도 눈 없는 겨울이 안타깝기만 하다.

반면에 눈 없는 겨울이 반가운 곳도 있다.

해마다 제설작업으로 몇 번씩 비상이 걸렸던 도로 당국은 이번 겨울은 한숨 돌리고 있다.

각 자치단체의 도로관련 부서를 비롯한 도로 당국은 비상출동을 대비한 장비만 대기시켜 놓은 채 느긋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폭설에 대비해 확보해 놓은 염화칼슘도 그대로 쌓여 있어 예산절감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도 눈 없는 겨울이 반갑기만 하다.

눈이 내리면 문을 닫아야 하나 이번 겨울에는 현재까지 휴장 없는 풀 가동을 하고 있다.

설악권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해마다 눈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이번 겨울은 아직 휴장이 없다"며 "골프장 운영업체는 물론 골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13일 전국적으로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으나 영동지방은 눈 소식이 없는 실정이다.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mom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