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급 4명 등 12명 투입

검찰 공소장 허점 파고들어
[Law&Biz]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무죄 이끈 지평 "엄격해진 법원 배임 처벌기준 재확인"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65)의 1심 무죄 판결 뒤에는 법무법인 지평 소송관련팀의 총력전이 있었다. 이홍재(사법연수원 19기), 박정수(23기), 명한석(27기), 채희석(32기) 변호사 등은 강 사장을 대리해 지난 8일 검찰이 제기한 30건의 배임 혐의를 모두 무죄로 이끌어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해외 자원 외교사업 비리와 관련한 첫 판단이라 상징성이 큰 사건이었다.

지평은 사건을 준비하며 사내 에이스들을 모아 소송팀을 꾸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부장검사를 지낸 이홍재 변호사가 사건 전체를 총괄·지휘하고,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부장판사 출신인 박정수 변호사는 공판 진행에 집중하며 법원의 배임죄 판단을 연구했다. 명한석, 채희석 변호사는 감사원 조사 단계부터 자문을 맡으며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보통 1~2명의 파트너 변호사(로펌의 주주 격)가 한 사건을 담당하는데, 지평은 이번 사건에 파트너 변호사 4명 등 12명을 투입했다.

지난 11일 서울 미근동 지평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변호사는 “강 사장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기업을 인수했고 대부분은 좋은 성과를 냈다”며 “결과가 좋지 않은 단 한 건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어떤 공직자가 과감하게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강 사장 개인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공직사회 전체에 ‘일을 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무죄를 꼭 밝혀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지평은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이 손해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는 실수를 했다”며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했고 전문 회계사의 사실관계 조회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해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무리한 배임죄 기소와 관련, 박 변호사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경영상 판단을 통해 사업을 결정한다”며 “설사 나중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 형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에는 대법원에서 배임죄의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손해 발생 가능성만 있어도 배임죄를 인정했는데 최근 들어 그 범위를 축소하는 판례를 내고 있다”며 “검찰은 배임죄가 축소되기 전 기준으로 기소하고 법원은 점점 범위를 좁혀가고 있기 때문에 판단이 다르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신청할 뻔했던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해봤는데 배심원으로 참가한 국민들이 매우 뛰어난 판단력을 지닌 것을 알게 됐다”며 “합리적인 판단 능력을 지닌 배심원이라면 무죄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려다가 재판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포기했다”고 소개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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