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무죄 취지 대법 판결 언급하며 "의견서 내라"…檢 "납득 안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2개월간 재판을 하지 않고 다음 재판을 3월로 넘기기로 하자 검사들이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시철 부장판사)는 11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5차 공판에서 "18대 대선 때 여당 반대 글을 트위터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현역 육군 장교에게 군사법원이 유죄 판결한 사건을 대법원이 작년 12월23일 무죄 취지로 파기한 판결을 참조해야 한다.

관련 의견을 제출하라"며 다음 공판기일을 3월 14일로 정했다.

검찰이 "해당 판결은 피고인 혼자 트위터 활동을 한 것이라 이 사건처럼 국정원장과 아래 직원들의 공모관계를 논할 바가 없다"며 "그 판결 검토가 기일을 뒤로 늘리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2월에 법원 인사로 재판부 변동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견서 준비에 시간도 드리고 그런 차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검찰은 "공판준비절차 때 그렇게 시간이 부족하다고, 재판장의 수백개 질문을 미리 질문지로 달라고 수십차례 요청했음에도 묵살됐고 증인신문도 검사가 수긍하지 못한 상태로 진행했는데, 이제 와서 재판부가 바뀌니 3월에 하자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주일 2∼3차례 기일을 열어서라도 빨리 심리를 마쳐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드린다.

(재판부가) 국정원 직원들의 트윗 글을 하나하나 전부 다 보자고 하더라도 우리가 입증을 할테니 제발 빨리 진행해달라. 재판부가 바뀌니 4∼5월까지 넘긴다는 건 수긍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검찰의 반발에도 재판장은 "법원 인사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대로 3월 14일 열도록 하겠다"고 못박으며 공판을 끝냈다.

재판부가 나간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던 검사들은 어두운 얼굴로 법정을 나갔다.

이날 먼저 이뤄진 증인신문에서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활동했던 직원은 검찰의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이 사건의 공동정범(공범)으로 기소된 부분이 있으니 본인의 범죄사실에 관해 형사소추될 우려가 있으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답변 거부를 용인했다.

지난 공판에서 다른 국정원 직원 5명 역시 증언거부권을 인정하는 바람에 쓸 만한 답변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소를 유지할 동력을 크게 상실한 상태다.

게다가 이 사건의 공소 유지 검사팀을 이끌던 박형철 부장검사가 최근 인사 후 사의를 표한 탓에 이날 공판에는 김성훈, 단성한, 이복현 검사 3명만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